수도권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새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투기수요 차단에 중점을 뒀던 이전 대책과 달리 공급 계획이 포함됐다. 사진은 매매 가격표를 빼곡히 붙여놓은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르면 가격을 낮추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수요를 줄이거나, 혹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투기수요 억제정책을 펴고 있는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전자에 속한다. 그러나 좀처럼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자 문제의 원인을 공급 측면에서 찾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 수도권 주택공급량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공급보다 수요에 맞춰져있었다. 주택구매 희망자를 실수요자와 투기수요자로 구분하고, 후자가 생겨날 유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기준을 만들고, 청약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작년 발표된 8.2부동산대책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수도권 집값 과열현상이 주택공급 문제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집값상승의 원인을 분석하며 “주택공급량이 예년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공급여건은 안정적인 편이다. 세제·주택규제 완화가 저금리 및 대내외 경제여건 개선과 맞물리면서 투기수요가 늘어나 주택시장의 불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서울지역에 연평균 7만2,000호의 신규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신규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이라는 연구 결과가 근거로 제시됐다.

반면 최근 발표된 부동산경기지표들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고종원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29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집값폭등 이유 5가지’ 제하 칼럼에서 서울 지역의 주택공급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8%로서 적정주택보급률 105%에 한참 미달한다. 인구 천명당 주택수를 봐도 일본(약 450가구)의 3분의2 수준인 368가구에 그친다”며 서울을 ‘절대적인 주택공급부족지역’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지난 7일 국토교통부‧서울시 자료를 바탕으로 “이주와 철거 등으로 멸실된 주택을 고려하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순 증가량이 근 10년간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매수우위지수’는 8월 넷째 주 기준 152.3을 기록하며 약 12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부동산시장에서 매도자가 많은지 매수자가 많은지를 나타내며, 지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현재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에 매수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즉 정부의 수요억제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혹은 수요와 공급이 함께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국토교통부 “주택수급, 향후 5년간 원활… 30만호 이상 추가공급 계획”

27일 발표된 새 부동산시장안정대책(‘8.27 부동산대책’)은 서울과 수도권 9곳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이전과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지만, 달라진 점도 있었다. 서울지역의 부동산시장에서 국지적 과열현상이 나타난 원인 중 하나로 ‘수도권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언급됐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내에서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양질의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30만호 이상의 주택공급이 가능토록 다양한 규모의 30여개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9월 중 일부 사업지구의 입지를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됐다.

다만 주택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당초 전망을 번복한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수요 및 공급에 대해 분석한 결과, 향후 5년간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수급은 원활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신규주택 공급이 신규수요를 초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했다. 섣불리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언할 경우 당초 시행하던 부동산 대책들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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