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두 달 뒤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다. 사진은 작년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중요 정상회의들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사들은 이로 인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8월 3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에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이들 회의에 참석한다.

동아시아·동남아시아 18개 국가는 오는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아세안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연달아 연다. 같은 달 17일에는 파푸아뉴기니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전통적으로 APEC 정상회의에는 미국의 가장 큰 라이벌인 중국·러시아의 정상들도 참석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역 갈등과 대선개입의혹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악연을 맺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수천억달러 규모의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되던 상황이었다.

블룸버그는 1일(현지시각)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이 미국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불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군사적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지역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동남아시아의 우호관계를 선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선언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한 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동맹국 홀대론’도 다시 불거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 전부터 이웃 국가들이 미국에게서 경제적 이익을 갈취해간다고 주장해왔다. 작년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국 우선주의’를 전도하더니, 올해는 동맹국을 챙기기보다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더 어울리고 싶은 모양이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0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는 참석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마찬가지로 통상 마찰을 빚고 있는 동맹국의 정상들과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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