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X그룹의 후계자로 입지를 굳힌 양준영 부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및 내부거래를 통한 개인회사 활용법의 전형적인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KPX그룹 ‘후계자’ 양준영 부회장의 개인회사가 내부거래를 통한 성장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다.

문제의 회사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양준영 부회장이 지분 88% 갖고 있고, 나머지는 부친 양규모 회장과 모친이 보유 중인 개인회사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사업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부동산임대업과 도매업이다. 사업구조 또한 단순하다. 도매업의 경우, KPX그룹 계열사인 KPX케미칼이 생산한 제품을 매입해 베트남 현지법인(VINA FOAM)에 판매하는 것이 전부다.

이는 지난해 실적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68억원이었는데, 이 중 62억원을 베트남 현지법인을 통해 올렸다. 이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상품수출 매출액과 같다. 또한 이 매출의 기반이 된 매출원가 중 상품매출원가에 해당하는 45억원은 KPX케미칼로부터 매입한 규모와 정확히 일치했다.

즉,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계열사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다시 계열사에 판매하는 구조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통행세’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사업구조다.

이는 비단 지난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같은 사업구조를 구축한 2012년 이후 줄곧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훌쩍 넘겨왔다.

이처럼 그룹계열사들을 통해 손쉽게 수익을 올리고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양준영 부회장의 후계구도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그룹 승계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KPX홀딩스와 진양홀딩스 지분을 각각 11.21%, 13.66% 보유하며 양준영 부회장 그룹지배력에 상당한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특히 KPX홀딩스 지분의 경우 2011년만 해도 0.92%에 그쳤으나, 이후 수년간 지속적인 매입을 통해 11.21%까지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차남 양준화 사장의 지분도 대거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KPX케미칼과 베트남 법인 사이에서 거둔 수익이 양준영 부회장 승계자금으로 투입된 셈이다. 양준영 부회장의 이러한 씨케이엔터프라이즈 활용법은 일감 몰아주기 및 내부거래를 통한 승계비용 절감의 전형적인 패턴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행보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KPX케미칼과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상반기 거래 규모는 25억4,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억3,700만원보다 19.2%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보다 높은 내부거래 규모 및 매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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