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 5월 엔지니어 기사들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용계약 논란이 있었던 청호나이스가 이번엔 책임이행보증금 제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책임이행보증금은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바뀌었던 2008년 무렵부터 사측에게 지급한 보증금이다. ‘청호나이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은 엔지니어와 계약체결 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별도로 책임이행보증금을 거두고 손해 비용을 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그간의 책임이행보증금의 적립총액과 공제사유, 사용내역 등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현재까지 “그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 사측의 책임 회피

기존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은 2008년부터 개인사업자 신분이 되면서 사측과 책임이행보증금을 지급해왔다. 노조 측이 공개한 ‘책임이행보증금 적립 동의서’에 따르면, 엔지니어들은 총 500만원이 될 때까지 매월 10만원씩 보증금을 지급해왔다. 그나마도 언젠가부터 매월 10만원씩 지급이 아닌 일시금으로 500만원 납부를 요구해오기도 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해당 보증금은 계약 해지 후 엔지니어들이 반환을 요청할 경우, 요청 날 기준 4개월 경과 후 사측이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 사이 엔지니어들이 작업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해 부분만큼 공제한 금액을 지급받는다.

청호나이스노동조합이 공개한 기존 개인사업자 신분 당시 제출했던 책임이행보증금 적립 동의서.

노조는 특히 보증금 공제와 관련해 엔지니어들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는 한 엔지니어가 본인 과실이 아니라는 여러 증언이 있었음에도 손해비용 320만원에 대해 보증금에서 공제를 했다”면서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 원인과 경위, 귀책사유 유무를 엄밀히 따지기 보다는 엔지니어들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를 떠넘기는 일들이 왕왕 있었다”고 밝혔다.

엔지니어들은 또 사측과 계약체결 시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에 따라 매년 1회 7만8,000원 가량의 보험금을 납부하고 있음에도 매월 10만원의 책임이행보증금을 적립해왔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일을 하다보면 개인 과실로 실수를 할 수 있고, 그럴 경우를 대비해 보험가입을 하고 매년 보험비를 내고 있음에도 별도로 책임이행보증금을 지급했다”면서 “엔지니어들에게 거둔 보증금의 적립 총액과 사용 내역 등도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측, 보증금 반환 시 공제내역 논란 불가피

기존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은 지난 5월 1일자로 청호나이스의 자회사 나이스엔지니어링으로 편입된 상태다. 일부 150여명의 엔지니어들은 청호나이스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편입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나이스엔지니어에 편입되지 않은 엔지니어들도 자회사의 업무 할당에 따라 작업을 하고 있다. 청호나이스 개인사업자였던 엔지니어들은 지난 4월 30일 청호나이스와의 계약 해지에 따라 책임이행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4월 30일자로 계약이 해지된 만큼 4개월 후인 8월 30일까지 보증금을 반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8월 30일 공문을 통해 ▲각 엔지니어의 책임이행보증금 적립총액 및 적립기간 ▲5월 1일 이전 각 엔지니어의 매월 적립 내역 및 공제내역(공제사유) ▲5월 1일 이후 청호나이스가 직접 또는 나이스엔지니어링을 통해 보증금 공제 여부와 공제내역 ▲5월 1일 이후 책임이행보증금에 대해 사용한 내역 및 보관방법 등의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다음날인 8월 31일 “당월 말일로 예정돼 있던 지급일이 늦어도 9월 7일 내 지급하기로 결정됐다”면서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실수 없이 한 번에 진행해야하는 만큼 지급이 늦어진 점 양해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이 공개를 요구했던 내용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각 엔지니어들이 공제된 금액을 받게 될 경우 이에 대한 공제시기 및 공제사유를 둘러싼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청호나이스노동조합은 청호나이스 측에 공문을 보내 책임이행보증금 반환 촉구 및 사용내용 등의 공개를 요구했다.

한편 청호나이스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개인사업자 신분 당시 엔지니어분들이 회사의 물건을 가지고 외부 작업을 할 시 보증보험 가입이든 책임이행보증금 지급 등은 불가피한 부분”이라 면서도 “모든 엔지니어 분들이 둘 다 지속적으로 지급해온 것은 아니고, 300만원이라도 적립이 완료되거나 일시금으로 300만원을 지급한 분들은 보증보험을 해지할 수 있다고 안내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책임이행보증금에 대한 총액 및 사용내역, 공제사유 등을 공개하라는 노조 측의 요구에 대해선 “아직까지 현재로서 그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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