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알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당의 통합을 외쳤으나, 이틀 만에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표면적으로는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를 놓고 손 대표와 유승민계의 지상욱 의원이 충돌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념 정체성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대표는 전날(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남북평화 문제에는 우리 당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국제 관계도 있으니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지 의원은 "완전한 비핵화 없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은 UN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 원칙에 위배되며 국민에게 얼마나 경제적 부담이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에 백지수표를 써주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그간 비준 논의에 대해 바른미래당이 견지해 온 신중한 대처 방향에도 맞지 않고, 대표 취임 후 하루 만에 나온 아무런 상의도 없는 발언"이라고 항의했다.

지 의원은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손 대표의 서울 송파을 전략공천 과정에서도 "(정책위의장) 직을 걸고 막겠다"라며 유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다만 지난 2일 당의 최대 공식행사인 전당대회에도 불참하면서 내재된 당내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도 제기된다.

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마음은 같은데 방식이 다를 경우 서로 안아줘야 하고, 마음은 다른데 방식이 같은 경우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라며 "마음에 다른데 같은 방식을 택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아닌 듯하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없이는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바른미래당도 이달 내에는 어렵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크게 보면 보수야권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현재 반대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들은 그동안 '보수야권'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바 있고,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자 지방선거 이후에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아우른다'라고 재정리했다.

그러나 이를 '임시봉합'으로 바라보는 시각들이 많아 정체성 확립이 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3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바른미래당에 '당신들이 팔고 있는 메뉴가 진짜 뭐냐'라고 물어본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회피하려고 하지만, 바른미래당을 보수계열로 분류하느냐 진보계열로 분류하느냐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이념정체성 확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손 대표는 5일 지 의원의 반박에 대해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비준동의안은 지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급증에 빠지면 안 되고 당내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지 의원이) 아마 내용을 잘 모르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내가 듣기로는 나중에 다른 의원이 얘기했더니 '그럼 괜찮지' 이렇게 말했다더라"라고 말했다.

다만 지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나는 '괜찮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라고 정면 반박해 추가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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