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치적 휴지기에 돌입했다. 그는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보낼 동안 잊혀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싸워야 한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떠났다.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는 전당대회 전날 독일 뮌헨으로 출국했다.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 때문에 1년 기간의 비자를 받았다.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동행길에 올랐다. 그 역시 1년간 안식년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부부가 1년 이상 해외에서 체류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안철수 전 대표는 ‘돌아오는 날’을 정하지 않은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아직도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

안철수 전 대표는 떠났지만 뒷말은 여전했다. 출국을 앞두고 언론에 공개된 이른바 ‘도망 영상’이 화근이었다. 해체를 선언한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마주치자 황급히 계단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전대 개입설을 키웠다. 측근들은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 방침까지 내세웠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직도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한발 물러섰다. 안철수 전 대표는 출국 당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빈 사무실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기자가 쫓아와서 영상까지 찍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1일 비공개로 출국했다. ‘돌아오는 날’은 정하지 않았다. 그는 “국민이 다시 부를 때” 복귀할 생각이다. <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로선 다소 억울할만한 ‘해프닝’이지만 여론은 달랐다. 지지자들마저 원성을 쏟아냈다. 전대 불참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 ‘안심(安心)’ 논란으로 참석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동정이 있는 반면 당내 갈등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참석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갈등의 대상은 유승민 전 대표다. 공동창업주로 불리는 두 사람은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에 이견을 보인 바 있다. 전대에도 두 사람이 얼굴을 비추지 않자 갈등의 골이 깊은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다.

이번 전대에서 선출된 손학규 대표도 부인하지 않았다.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자신이 당대표에 선출된 것은 “양 세력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데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 지혜를 동원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전대 이후 당 내부에선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다. “그 분 얘기는 안하는 게 바른미래당의 새 출발에 좋을 것”이라는 이준석 최고위원의 일침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문제는 ‘잊혀짐’이다. 극단적이지만 정치인에게 잊혀진다는 것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 일선 후퇴를 선언하며 복귀 기한을 “국민이 다시 부를 때까지”라고 말했다.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가진 뒤 복귀 명분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로 참패해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터다. 때문에 일각에선 그를 둘러싼 뒷말조차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처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는 것이다.

정계은퇴는 없다. 안철수 전 대표는 원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인 “성공이 끝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패하더라도 초심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 일을 계속하려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 당직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꺼낸 말이지만, 정계은퇴설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는 독일로 떠나기에 앞서 “잇단 선거 실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한국정치에 다당제 구도를 다시 확립했다는 점은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조선일보를 통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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