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동발전이 해당 수입업체와 계약을 맺게 된 과정 등 석연찮은 구석이 여전히 많다. 사진은 경남 진주혁신도시 한국남동발전 본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북한산 석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북한산 석탄을 쓴 남동발전(사장 유향열)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치권에선 북한산 석탄 문제를 국감뿐 아니라 국정조사와 청문회, 더 나아가 특검까지 추진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올 초 취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유향열 사장 입장에선 향후 행보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 남동발전은 정말 몰랐을까

“(석탄구매를) 담당하는 직원이 2개월밖에 안돼 철저하게 확인이 안됐다. 우리 실수가 맞다.”

유향열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곤욕을 치렀다. 북한산 석탄 반입 문제 때문이다.

남동발전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세청 수사가 진행 중이던 작년 말에도 북한산으로 의심을 살 만한 석탄을 구매해 논란을 빚고 있다. 다만 남동발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석탄 수입 당시는 물론 지금도 러시아산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것. 자사 역시 수입업자의 일탈로 인한 피해자라는 게 남동발전의 주장이다.

하지만 남동발전이 해당 수입업체와 계약을 맺게 된 과정 등 석연찮은 구석이 여전히 많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8월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A사와 러시아산 무연탄 4만톤을 수입하기로 계약했다. 당시 입찰에는 세계 최대 석탄 무역회사인 러시아의 카보원(Carbo One)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남동발전은 A사를 선택했다. 가격이 다른 입찰기업들보다 20~30% 저렴하다는 게 이유였다.

업계에선 ‘상식 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입찰 경쟁자들보다 20~30% 낮은 가격, 더구나 국제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러시아산 무연탄을 납품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 거래조건이라면 원산지를 의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A사는 홈페이지도 없는 영세업체로 알려진다. 자본금 5,000만원에 설립된 지 4년이 채 안된, 직원이 2~3명에 불과한 영세 중개업체다. 이 정도 규모의 업체가 러시아산 석탄을 들여와 공기업에 납품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남동발전은 관세청이 문제의 무연탄이 북한산인지 조사하고 있는 와중에도 A사로부터 계속 동일한 석탄을 받았다.

◇ 남동발전 “우리도 피해자”  

유향열 남동발전 사장

남동발전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A사의 가격이 낮다고 볼 수 없으며, 성분 분석만으로 석탄의 원산지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고, 원산지증명서 기재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동발전은 관세청 수사결과 기소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경쟁입찰을 통해 A사 제품을 구매했고, 북한산인 것을 몰랐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남동발전을 향한 싸늘한 시선은 쉽게 거둬지지 않고 있다. 수입업자들의 ‘일탈’로 결론이 났다 하더라도 공기업이 영세 수입업체에 속아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데다, 이를 담당직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남동발전은 ‘억울하다’는 해명 외에, 이번 사태의 책임자가 누구이며 어떤 경위를 통해 이런 촌극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올 초 취임한 유향열 사장으로선 적잖이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이미 이번 사태로 인해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데다, 대외인신도 역시 크게 추락해서다. 취임 이후 내내 현장경영에 매진한 노력도 ‘북한산 석탄 수입’ 사태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향후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최근 수상한 ‘대통령 표창’의 영광도 빛이 바랬다. 남동발전은 올 7월 최우수 혁신 공공기관에 선정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표창을 받은 시기가 관세청의 북한산 석탄 반입 사건 수사가 진행됐던 시기와 겹친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르면 수사중이거나 부도덕한 행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기관은 대통령 표창 추천제한 대상에 해당된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이번 사태를 묵과하지 않을 태세다. 자유한국당 북한산석탄수입의혹규명특별위원회는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해 국감에서 모든 의혹을 조사하고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기준 위원장은 “우리 특위는 명백히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다가오는 국감뿐 아니라 국정조사와 청문회, 더 나아가 특검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향열 사장의 호된 국감 신고식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과연 유향열 사장이 취임 이래 닥친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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