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이용사회중앙회 회의실에서 열린 직능단체 회장·사무총장단 정책간담회 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발언을 놓고 당내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손 대표는 당내 '화학적 통합'을 얘기했는데, 지난 6·13 지방선거 '송파을 공천파동'에 이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셈이다.

논란은 지난 4일 손학규 대표가 "기본적으로 남북평화 문제에는 우리 당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지상욱 의원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반박하자, 김관영 원내대표가 손 대표를 거들면서 대북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본격화 됐다.

김 원내대표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고 한국의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요청에 바른미래당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며 "초당적인 협력과 합의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은 없이 북·미 협상마저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비준 동의안 처리가 한·미 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일부 야당의 우려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 선언 지지를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발언은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을 제외하면 손 대표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손 대표는 전날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은 (여야 간) 내용의 합의가 있을 때 가는 것"이라며 "제대로 협치가 될 때 야당도 적극 협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적극 협조'에서 '신중론'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판문점 선언 비준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는 기본 입장과 변화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당 지도부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나서겠다는 기류가 강해지자 지 의원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4일 "완전한 비핵화 없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은 UN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고, 이날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지 의원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여부'에 대해 '예산을 충분히 검토한 후 비준여부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73.1%로 나타났다. '국회가 즉각적인 비준동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19.0%였으며 '모름/무응답'은 7.8%로 조사됐다. <조사기관 '리서치&리서치'. 의뢰기관 바른정책연구소. 조사기간 지난 3~4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1,005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지 의원은 특히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바른미래당의 통합정신과 정강정책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대표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발언을 거듭 비판했다. <뉴시스>

그는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최근 손 대표도 초지일관 비준 동의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할 때 함께 만든 국제공조와 한·미 동맹 강화, 비핵화·대북억지력 강화와 같은 당 정강정책에 제대로 가는 것인지 의문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정강정책에 따르면, 외교안보와 관련 "한 치의 빈틈없이 국가안보를 지켜나간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쟁 억제와 북핵문제 해결을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며 "이를 토대로 교류, 협력, 인도적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주민의 인권과 주권의식을 함양하여 평화통일의 길을 현실적으로 열어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남북공동선언 존중 및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지향 ▲남북 간의 다양한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한 민족의 동질성 회복 및 한반도 평화 추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는 강력한 억지력으로 단호하게 대처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해 한반도 평화통일 주도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바른미래당 출범 주역인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도 지난 1월 18일 통합공동선언을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쟁 억제와 북핵문제 해결을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이 안-유 두 대표의 통합선언문에 기인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손 대표가 이같은 지 의원의 반발을 일축하면서 내홍은 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손 대표는 이날 직능단체 정책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은 애국심과 애족심, 애당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편 지도부의 발언에 지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부 의견수렴도 없이 협조하겠다는데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대상이 되기에는 아무런 구체성도 없고 시기상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제안한 국회 차원의 결의안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당시의 선언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우리 국회가 그 선언에 힘을 실어줄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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