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여론의 반발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출산주도성장’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출산주도성장은 출산장려금·양육지원금으로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성장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는 인식” “돈을 주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일차원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5일 본회의에서 대표연설을 통해 “실패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진정으로 아이를 낳도록 획기적인 정책 대전환을 해야 한다”며 “연 40만 명 출산을 유지할 때 출산장려금 2,000원, 연간수당은 임신 때부터 대학 진학할 때까지 20년간 1인당 연평균 400만원, 매월 33만원을 지급하자”는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의 계산에 따르면, 출산장려금은 매년 8조원씩, 연간수당은 첫해 1조 6,00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1조 6,000억원씩 늘어나 20년 후에는 매년 32조 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아동수당 등 가족정책지출예산을 통합 운영할 경우 향후 20년간 연평균 18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프랑스 마크롱 정부처럼 현재의 공무원 인력구조를 대대적으로 전면 개혁해야 한다. 이런 재정을 저출산 극복에 투입할 경우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을 중단하고 해당 예산을 출산주도성장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 오류1-여성, 출산 도구 아니다

진보계열 정당은 즉각 반발했다. 무엇보다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진보정당인 민중당 내 여성 부문조직인 여성·엄마 민중당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출산주도성장이라는) 발상 자체가 불쾌하다”며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생각하는 저급한 인식이다. ‘출산주도성장’은 인구 정책에 따라 아이 숫자를 제시하던 전근대적 국가정책의 연장이며 박근혜 정부에서 출현했던 가임기 지도를 떠오르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몸이 여전히 출산의 도구인가? 여성의 몸이 동전만 넣으면 커피가 나오는 자판기라도 된단 말인가”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경미 원내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성찰 없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율적이어야 할 여성의 출산을 국가성장의 도구쯤으로 여기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당 회의 석상에서 “여성의 출산을 경제성장 도구정도로 여기는 자유한국당의 인식이 너무 천박하다. 안타깝다”며 저출산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없이 출산장려금이나 수당을 많이 준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을 해결하고,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임산부 배려석', 일·가정 양립을 위한 남성 육아휴직 확대 등을 포함한 저출산 대책 관련 예산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증가해왔다. 사진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캠페인 모습. <뉴시스>

◇ 오류2-저출산 예산 해마다 늘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증가세를 그려왔다는 점에서도 출산주도성장론은 설득력이 없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 부처의 저출산 관련 예산은 총 126조 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는 무상보육이 전면 도입되면서 일·가정 양립과 같은 부대 예산까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연도별 신생아 수는 매년 줄어 최초로 40만명대가 붕괴된 상황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정춘숙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정부에서 쏟아 부은 93조 114억원은(2013~2017) 다 어디로 가고 저출산 문제는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걸까”라며 “저출산은 거의 모든 사회문제와 연관을 갖고 있다. 성평등의 문제, 가족구조의 변화와 가족에 대한 인식의 문제, 주택문제, 고용시장의 문제 등등. 이런 이유로 우리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사회구조적 접근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야당 원내대표의 저급하고 극히 미시적인 인식이 답답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결코 '돈'만으로 해결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오류3-아동수당 반대했던 한국당의 비일관성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복지 정책 중 하나인 아동수당을 격하게 반대해왔다. 아동수당은 이번 달부터 0세에서 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정책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올해 7월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야당의 반대로 9월로 늦춰졌다. 소득 상위 10% 가정을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도 한국당의 반대로 선별지급 방침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아동수당 지급도 반대했던 한국당의 출산장려금 정책은 진정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월 10만원 아동수당도 반대했던 한국당에서 뜬금없이 20년 간 매월 33만원씩 총 1억 원을 주자고 하니까 별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당의 반대 때문에 상위 10% 아동은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선별지급 때문에 막대한 행정비용이 발생했고, 국민들도 매우 불편이 크다. 김 원내대표의 제안이 진심이라면 아동수당 100% 지급부터 약속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아동수당 만들 때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정권이 바로 박근혜, 이명박 정부였고 저쪽 야당들이었다”며 “그렇게 (반대)하더니 이제 정권이 바뀌니까 2,000만원, 1억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발언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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