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제강사들이 4조원대 규모의 철근을 공급하면서 가격 담합한 사실이 발각돼 거액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사진은 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들 6개 제강사들에 대해 1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고발을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6개 제강사가 철근을 공급하면서 가격 담합한 혐의로 1,000억원대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 중 5개 철강사는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강사들이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철근 판매가격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해 총 1,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들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고 9일 밝혔다. 과거 제강사들이 톤당 철근 가격을 인상하는 수법으로 담합하다 적발된 사례는 있었지만 월별로 적용할 할인폭을 합의해 가격 지지 효과를 얻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징금이 부과된 제강사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을 비롯해 한국철강,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 등 모두 6개사다. 이 가운데 와이케이스틸을 제외한 5개사가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YK스틸은 위법 정도가 경미하고 조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참작해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6개사는 당시 국내 철근값이 좀체 회복되지 않자 꾀를 냈다. 영업팀장급 모임을 만들고는 철근값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할인폭을 축소·제한하기로 한 것. 철근 거래 방식은 제강사가 대형 건설사에 직접 판매하는 ‘직판향’과 유통업체를 거쳐 중소 건설사 등에 판매되는 ‘유통향’으로 나뉘는데 이들은 두 가지 모두에 할인폭 담합을 실시했다.

6개 제강사들은 합의실행 이후 시간의 경과하면서 합의의 효과가 약화되면 재합의 및 실행을 반복함으로써 담합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담합행위가 적발된 6개 제강사의 국내 철근공급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81.5%에 이른다”며 “따라서 이들이 담합을 통해 가격을 통제하면 건설사들의 자재 구매액수가 커지면서 건설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재 시장은 소수의 기업이 시장물량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과점시장인 경우가 많고, 소비재시장과 달리 소비자들의 감시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조치로 철근시장에서 가격경쟁이 활성화될 경우 건설비 인하 등 전·후방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담합적발시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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