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운 침묵을 깨고 판매재개에 나선 아우디·폭스바겐이 판매실적에서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랜 침묵을 깨고 판매재개에 나섰던 아우디·폭스바겐이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8월 합산 판매실적(등록대수)이 수입차업계 1위 벤츠를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여전히 불편한 실상이 자리 잡고 있다.

2,098대와 1,820대. 수입차협회가 발표한 아우디·폭스바겐의 8월 등록대수다. 통상 판매실적으로 통용되곤 하는 집계다. 아우디·폭스바겐 7월에 이어 나란히 3·4위를 차지하며 수입차업계에 ‘빅4’ 구도를 되돌려놓았다.

특히 아우디·폭스바겐은 합계 3,918대의 등록대수를 기록하며 3,019대로 잠시 주춤했던 벤츠를 넘어섰다. 아우디·폭스바겐의 합산 판매실적이 벤츠를 넘은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판매정지 이전의 위상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숫자를 곧이곧대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아우디의 판매실적 중 701대는 A3 40 TFSI가 차지했다. 할인판매 소식이 전해지며 큰 화제를 모았던 그 모델이다. 다만, 실제 701대가 판매돼 고객에게 전달된 것은 아니다. 아우디가 할인 판매하는 A3는 인증 중고차 형식으로 판매되는데,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701대가 신규 등록 처리됐다. 실제 판매실적이 아닌 셈이다.

대대적인 할인판매 역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아우디·폭스바겐은 각각 A3와 파사트의 가솔린 모델에 대해 대규모 한정 할인판매를 실시했다. 이는 추진 소식부터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이다. 1,000만원에 달하는 할인에 많은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은 할인판매 과정에서 수차례 혼선을 야기하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할인판매의 이유도 석연치 않다. 아우디·폭스바겐의 할인판매는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 준수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4,500대 이상 판매하는 자동차회사는 전체의 9.5%를 저공해차로 판매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법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복안은 500만원에 불과한 과징금을 내고 넘어가는 대신, 할인판매를 통해서라도 국내법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판매 증진을 위한 핑계거리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저공해차 판매확대를 위한 노력 없이 일시적으로 할인판매를 실시하면서, ‘법 준수’라며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우디코리아 측은 향후 저공해차 확대 계획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어 현 단계에서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법적 책임을 가리는 일도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회장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이후 돌연 독일로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요하네스 타머 개인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본격적인 판매재개에 앞서 각종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객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 할인판매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법적 책임회피 행태가 진정한 고객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인지 물음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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