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대용량 컵커피와 산양분유 시장의 포문을 연 일동후디스의 제품들이 경쟁사의 등장에 그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일동후디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해 4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일동후디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업계 전체가 출산율 감소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서, 원조 타이틀을 가진 주력 제품들의 경쟁력마저 위협받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 대용량 RTD 커피, 춘추전국시대… 500ml도 등장

흑자 전환이 시급한 일동후디스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 덕에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효자 상품들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일동후디스가 포문을 연 대용량 RTD(즉석음용) 컵커피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대용량 컵커피 시장은 유업계 각축의 장이 된지 오래다. ‘바리스타’로 국내 컵커피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매일유업과 ‘프렌치카페’의 남양유업을 비롯해, 동서식품(티오피 컵커피)과 서울우유(스페셜티)까지 가세해 파이를 키우고 있다.

통상적으로 RTD커피 시장에서는 250ml 이상을 대용량으로 분류한다. 250ml가 주류를 이루던 국내에 대용량 컵커피의 포문이 열린 건 2015년 등장한 일동후디스이 ‘앤업커피’를 기점으로 한다. 당시 300ml라는 압도적인 불륨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앤업커피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3년째인 지난 6월에는 누적 판매 4,000만개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대용량 컵커피의 원조’로 불린 앤업커피의 기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270~330ml 컵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서 500ml 용량까지 등장해 시장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이 지난 4월 선보인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콜드브루는 출시 3개월 만에 300만개가 판매되며 대용량 RTD커피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 산양분유 재도전 매일… ‘산양분유=일동’ 공식 깨지나

3년 전 일동후디스의 앤업커피가 그랬듯, 롯데칠성의 500ml 용량이 일반화 된다면 컵커피 시장은 물론 RTD커피 전체 시장의 판세가 뒤흔들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동후디스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산양분유 시장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젖소분유 1위 업체인 매일유업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과거 일동후디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한 매일유업은 네덜란드산 산양유로 만든 산양분유로 설욕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매일유업은 막강한 영업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일동후디스의 맹추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출산률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전체 분유시장의 20%에 불과한 산양분유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경쟁자의 재등장에 산양분유=일동후디스라는 공식도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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