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왼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박능후(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열린 제약바이오업계 첫 채용박람회장에서 셀트리온 인사담당자에게 채용계획을 듣고 있다. <조나리 기자>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 제약·바이오 업계가 정부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지난 7일 업계 첫 채용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되면서다. 그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며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타 업종 대비 비정규직이 낮은 점도 취업준비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주 채용박람회 개막식에서 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애로사항 관리를 약속했다. 이제 노를 저을 차례다.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가 요구했던 애로사항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중소 제약업계 “연구인력 구하기 어려워”

최근 신약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연구인력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제약업계 연구인력은 1만 1,925명으로 10년 전인 2008년(7,801명) 대비 52.9%나 증가했다. 반면 과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영업직은 인력도, 비중도 10년 전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연구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인력들이 좀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대기업이나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향도 중소업계의 고민거리다. 바이오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사람중심 바이오경제를 위한 바이오의약산업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김은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생명기초사업센터장은 “바이오산업의 밝은 전망에도 인력수급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80% 이상의 바이오기업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결국 고급 연구인력을 고용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오랜 주장이다. 지난 8월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표한 회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업계는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이를 위해 업계 인사담당자들은 ‘신규채용 활성화를 위한 대정부 건의’를 통해 일자리 정책의 개선과 보완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용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집행하고 있지만 실제 채용확대로 연결되기 어려운 정책도 있다”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장기재직 유도정책도 확대되는 동시에 채용대상자 조건도 까다로워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토로하는 건의사항에서도 한 관계자는 “중·소 제약기업에서는 R&D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R&D지원 인력에 대한 물적 보상 확대와 지원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 중견기업을 위한 공통 교육과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열고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바이오업종 논란 일으킨 ‘회계 기준’ 바뀌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열고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비를 어느 시점에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구개발 비용과 관련한 회계처리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업계는 연구개발 비용은 곧 자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반면, 자칫 투자자들에겐 잘못된 판단을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 다른 업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시 재무상태 악화에 따른 상장 퇴출 위기까지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애초에 연구개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연구개발비 자산화 정책을 공시한 115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22개사만이 정식 승인 전(전임상~3상) 연구개발비를 자산화 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자산화하고 있다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기업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8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회동에서 바이오업계에 대한 규제완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이날 삼성 측은 바이오 의약품 원료 물질의 수입·통관 효율 개선, 세제 완화, 약가 정책 개선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달 추석 전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한 새로운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업계는 내심 선물 보따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의 견고한 유리천장 등은 개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10대 제약사의 여성임원 비율은 평균 9.5%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여성직원의 비율 역시 2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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