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왼쪽)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의 두 외국인 사장이 ‘동병상련’에 빠졌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첫 번째 고민은 내수시장 판매부진이다. 특히 야심차게 투입한 신차가 기대를 한참 밑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상반기 군산공장 폐쇄 및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수시장 판매실적도 크게 감소했다. 6,000대 아래까지 떨어졌던 월간 판매실적이 지난 7월 9,000대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8월엔 재차 7,391대에 그치고 말았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투입한 이쿼녹스는 8월 97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며 적잖은 충격을 남겼다. 신차, SUV, 수입판매라는 흥행요인을 갖추고도 출시 석 달 만에 판매실적이 두 자릿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쿼녹스의 실패는 향후 경영정상화 행보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쿼녹스의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진에 카허 카젬 사장도 꽤나 당혹스러운 듯하다. 업계에 따르면, 카허 카젬 사장은 한국지엠 임원들의 차량을 모두 이쿼녹스로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차 흥행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초반 판매가 완전히 실패하면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차로 인해 속이 타는 건 도미닉 시뇨라 사장도 마찬가지. 부진에 빠진 내수시장 판매실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클리오를 선보였지만,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클리오는 8월 판매실적이 360대에 그치며 7월(351대)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출시 첫 달인 5월 756대에서 6월 549대, 그리고 다시 300여대 중반으로 내려가는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또 하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풀리지 않는 노사갈등 역시 두 사람의 ‘공통 고민’이다. 상반기 군산공장 폐쇄로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던 한국지엠은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가 그대로 방치돼있을 뿐 아니라, 정리해고, 법인분리 등 민감한 사안이 하나 둘이 아니다.

르노삼성은 5개 국내 자동차업체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가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에 성공하는 등 달라진 업계 분위기 속에 상대적으로 늦어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 3년간 이어진 무분규 타결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허 카젬 사장과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전임 사장의 갑작스런 공백에 따라 선임됐다는 공통점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전임 사장의 그림자를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동병상련에 빠진 두 외국인 사장 중 누가 먼저 악재를 털고 웃을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