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북콘서트, 대한민국 블랙아웃'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국회 원전수출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13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 중 '탈원전'에 대해 "반(反)국가적이고 반서민적"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서 '대한민국 블랙아웃 : 독일의 경고-탈원전의 재앙' 출판기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최 의원은 독일의 사례를 근거로 무분별한 탈원전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며 정치권에서 탈원전 반대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모델로 삼았던 독일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섰다가 2000년 이후 전기요금이 2배 이상 오르면서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반국가적, 반서민적 비판

최 의원은 "현대는 전기의 문명이다. 품질 좋은 전기를 풍부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국가가 유지되고 국민 삶의 복지를 확보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얼마나 더 질 좋은 전기를 싸고 풍부하게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향후 전기를 적게 쓰고 수요가 감소한다는 전제의 전력수급계획은 국가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탈원전 이후 전기요금이 2배 이상 뛰었다"며 "전기료가 오르면 제일 힘든 게 서민이다. 빈부의 차이를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이 에너지 사용량인 걸 감안하면 서민의 부담을 필연적으로 가중하는 탈원전 정책은 반서민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황무지에 있던 대한민국 기술산업을 세계 최고의 기술로 만든 것이 원자력 기술이다. 지금의 산업화를 만들어온 것이 우리 원자력 산업"이라며 "이걸 하루아침에 묻어버리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독단이다. 이 정부는 과속·광폭운전하고 있는데 탈원전도 과속운전의 대표적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빗대 '문재앙'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정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같은 당의 심재철 의원도 "대한민국 원전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원전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에 대단히 커다란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며 "책에서는 대한민국 블랙아웃이라고 했지만,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권의 블랙아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원전 기술개발이 시작해서 2007~2015년까지 2,400억원을 들여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그것이 영덕 천지원전에 들어가려다 백지화됐다"며 "최고의 원전 기술을 백지화시킬 권리가 누구에게 있나. 국가에 대해 재앙을 만들어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권 인사들의 비판에 대해 "국민이 (원전을) 불안해해서 탈원전하려는데, 정책이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하면 나쁜 것 아니겠나"라며 "경청하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회의원 최연혜의 북콘서트, 대한민국 블랙아웃’ 출판기념회에서 최연혜 의원이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전문가, 탈원전 정쟁화 양상에 기술적 접근 제언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원전 폐쇄 선포식에 참석해 '탈원전'을 선언했다. 이어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까지 폐쇄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고 공론화에 참여한 국민들의 반대로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탈원전'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에너지전환 정책'이라고 정책의 이름을 수정했다. 탈원전이라는 용어가 주는 급진성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조처다. 민주당도 탈원전 정책에 대해 장기간 단계적으로 원전을 축소하는 계획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드시 저지하고 철회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문제로 민주당과 대치중인 상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권의 불통과 무능을 보여주는 정책 실패"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다만 탈원전 정책이 국회에서는 여야 간 정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충남 예산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이번 정기국회는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등에 대한 보수 진영의 공세로 치열한 100일 전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탈원전에 대한 비판을 '보수 진영의 공세'로 치부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원전 전문가들은 탈원전에 대해 기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인한 원전 전문가의 감소가 원전 안전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 신형 원전 APR1400의 '대부'라고도 불리는 이병령 원자력공학 박사는 이날 북콘서트에서 "탈원전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전기요금이 오르거나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 원전 안전에 지장이 온다는 것"이라며 "기술력이 갑자기 약화되면서 사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미 서울대와 카이스트에 원자력 공학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이 없어졌거나 줄어들었다. 원전의 근무환경도 폐업 직전의 상태에서 그냥 다니다 보니 근무 기강이 무너졌다"며 "그만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원전이 불완전해서 탈원전하겠다는데, 그 정책이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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