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1일자로 취임 1년을 맞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한지 어느덧 만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한국GM 등 굵직한 기업의 구조조정 추진하며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이 회장. 1년간의 구조조정 추진 과정은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동시에 노출됐다.

◇ 구조조정 원칙, 잘 지켜졌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9월 11일 취임한 후 기업 구조조정과 자회사 매각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구조조정 원칙이 강조돼왔다. 바로 ‘독자생존의 기본 원칙’이다.

이 회장은 한계 기업 스스로 생존을 위해 ‘체질 개선’과 ‘고통 분담’의 노력을 한다는 전제 아래, 기업 정상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모든 이해 당사자들도 고통 분담의 노력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같은 원칙론은 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노조와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성사시켰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채권단이 제시한 고강도 자구계획안과 해외매각안에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반발했지만 이 회장은 ‘법정관리 카드’까지 꺼내들며 압박했다.

결국 지난 3월 말 극적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지면서 금호타이어는 존폐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4월 STX조선의 자구계획안 노사 합의 역시 이같은 원칙주의가 통한 성과로 평가됐다. STX조선 노조는 사측과 채권단이 제시한 자구계획에 반발하다가 산업은행의 법정관리 강행 압박에 결국 자구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한국GM 사태의 경우 기존의 원칙론이 잘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샀다.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치열한 협상 끝에 GM의 한국시장 철수는 막는데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실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자금 투입이 결정돼 논란을 샀다. 더구나 이 회장은 한국GM과 같은 조건으로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산업은행이 7억5,000만 달러를 신규 자금출자로 지원하는 반면 GM본사는 대출 방식으로 36억 달러를 투입했다. 비토권(거부권)을 얻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기존의 구조조정 원칙과는 궤를 달리했다.

여기에 대우건설 매각 무산 사례도 아쉬운 결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헐값 매각 논란 속에서도 올해 초 대우건설 매각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모로코 등 해외사업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실이 드러나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은 이같은 부실은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 대우건설 매각 무산… 뼈아픈 경험 

산업은행 측은 이같은 부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불신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명 역시 싸늘한 반응을 얻었다. 자회사 관리에는 허점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 역시 책임론에 시달려야 했다.  무리하게 매각을 밀어붙이다가 결국 탈이 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우건설 매각은 현재로선 조기에 추진은 어려운 상황이다. 주가가 매각가 적정 수준으로 크게 밑돌고 있는데다 잠재적인 매수자도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11일 열린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대우건설 매각을 조급히 추진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2~3년 간 대우건설을 재정비해 값을 올려 팔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남북 경제협력이 가시화하면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취임 1년을 넘긴 이 회장 앞에는 여전히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대우조선해양·현대상선 등 정상화 작업이 여전히 갈길이 먼데다 KDB생명 등 자회사 매물의 매각 작업도 마무리지어야 한다. 산업은행의 자체 수익성 관리도 중요한 숙제다. 올 상반기 산업은행은 59.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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