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12일(현지시각) 진행한 신제품 공개 행사 이후 비판을 받고 있다. 혁신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애플의 아이폰Xs.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애플의 신작 공개 행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호평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애플을 향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서다. 이번 발표 이후 애플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 같은 논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스펙, 가격, 출시국 등에 대해서다. 

◇ 하나. ‘혁신’ 없는 신작 출시 논란

애플은 그간 기술 혁신을 이끄는 IT기업으로 통했다. 이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경영 철학과도 맥이 닿아있다. ‘혁신’은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실제 스티브 잡스는 생전 “애플은 비용 절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우리가 곤경에서 탈출하는 방식은 ‘혁신’이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도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에 ‘오늘날 애플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애플을 대하는 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애플이 혁신을 꾀하고 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현지시각) 애플의 신작 공개 행사 이후 혁신을 문제 삼는 여론은 더욱 확대됐다. 

애플이 12일 공개한 △아이폰Xs 시리즈 △아이폰XR 등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X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외형은 전작과 동일하다. 스펙은 향상됐다. 신작 아이폰에는 A12 바이오닉 칩을 탑재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전작 대비 최대 15% 향상시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정도의 성능 향상은 혁신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토니 사코나기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은 혁신을 위해서 충분히 투자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애플이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매출의 5.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둘. 과도하게 높은 출고가 정책 논란

혁신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출고가다. 애플이 자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가격 정책을 강행했다는 비판이다. 

애플이 신작에 책정한 출고가는 최대 162만원에 달한다. 아이폰XR은 용량별로 △64GB 749달러(약 84만원) △128GB 799달러(약 89만원) △256GB 899달러(약 100만원) 등이다. 아이폰Xs는 △64GB 999달러(약 112만원) △256GB 1,149달러(약 128만원) △512GB 1,349달러(약 151만원) 등이다. 아이폰Xs맥스는 △64GB 1,099달러(약 123만원) △256GB 1,249달러(약 140만원) △512GB 1,449달러(약 162만원) 등이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출고가다. 애플이 자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가격 정책을 강행했다는 비판이다. <유진투자증권>

한국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출시된다. 관세 및 부가세가 더해지며, 애플이 각 국가별 가격 정책을 다르게 하고 있어서다. 특히, 아이폰Xs맥스(512GB) 모델의 경우 국내에서 200만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해당 제품의 국내 출고가를 205만원으로 전망했다. 

이에 외신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폰은 더 커지고 더 비싸졌다”며 “소비자의 부담도 커졌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애플은 가장 크고 가장 비싼 아이폰을 선보였다”고 지적했다. 

◇ 셋. 출시국 선정 기준 논란

한국은 또 다시 애플의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못했다. 2차 출시국 대상도 아니다. 일본, 중국 등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된 것과 대조된다. 애플은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등 총 32개 국가를 1차 출시국으로 지정했다. 2차 출시국으로는 약 29개 국가를 지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애플은 줄곧 한국을 ‘3차 출시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X과 2013년 아이폰5S만 이례적으로 2차 출시국에 포함시켰다. 애플의 정책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은 약 두 달 뒤에야 구매가 가능해진다. 

다만 이를 두고 국내 상황으로 인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도입 과정이 해외보다 까다로워 출시가 지연된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스마트폰을 국내에서 사용하려면 ‘전파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해외에 비해 복잡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과거 아이폰X 사례에 비춰본다면 전파인증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애플은 지난해 한국을 아이폰X 2차 출시국으로 지정, 1차 출시 21일 만에 국내에서도 출시를 진행한 바 있다. 애플의 결정은 한국이 아이폰X 3~4차 출시국으로 지정돼 연말이나 돼야 구매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뒤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아이폰8의 부진으로 아이폰X 2차 출시국 범위를 넓혀 한국을 포함시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애플이 고의적으로 한국을 3차 출시국으로 지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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