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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재판거래 진상규명’ 마지막 기회 잡을까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명수(왼쪽부터) 대법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 6월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사법부 시절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며 검찰에 공식적으로 수사의뢰를 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 재판 거래 수사는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에 매번 가로막히는 형국이다. 결국 김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사법부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다시 한 번 ‘엄정한 문책’을 약속했다. ‘제식구 감싸기’ 의혹에 이어 리더십 부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협조 약속했던 ‘김명수 사법부’, 그간 어땠나

지난 1월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첫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한 김 대법원장은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결국 국민임을 잘 알고 있다”며 “사법부는 올해 혁신의 기틀을 마련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험난 그 자체다. 시작은 하드디스크였다. 법원행정처는 검찰의 첫 자료 제출 요청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했던 범위 내의 자료들만 제출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한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 등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없었다. 검찰은 재차 하드디스크 제출을 요청했지만 법원행정처는 공무상 비밀 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거부했다.

검찰의 수난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한 비율은 90%에 육박한다. 법원의 이같은 행보는 ‘비협조’를 넘어 수사를 방해하고 사실상 증거 인멸을 방조했다는 비판까지 불러왔다. 검찰의 영장이 연거푸 기각되는 사이 대법원 기밀자료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자료를 파쇄한 것.

검찰은 그간 유 전 연구관에 대해 세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통합진보당 소송 문건을 제외하고는 번번이 기각했다. 급기야 법원행정처는 지난 10일 “유 전 연구관에게 자료 제출을 문의하니 ‘영장 기각 후 파쇄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격앙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나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놨다.

지난 8월 31일부터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변은 ‘원칙도 형평성도 없는 영장기각’, ‘사법농단 진상규명 발목 잡는 영장기각’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호철 민변 회장이 지난 8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동문 앞에서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김명수 행보 달라질까? 법원 내부도 “회의적”

이 같은 사회 곳곳의 비판에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최근 사법부를 둘러싼 현안들은 헌법이 부여한 사명과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참담한 사건”이라며 “현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다”면서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규명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입장발표 다음날인 14일 검찰은 곧바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김종필(56)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법원은 전날인 13일만해도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향후 법원의 영장 기각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김 전 대법원장의 그간 행보에 따르면 더 나아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내부를 감싸려는 분위기는 확실히 느껴지는 부분”이라며 “이러다가 다 털리겠다,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달리 행동을 취할 것 같지 않다”면서 “지금까지 김 대법원장은 재판 거래에 대해 아예 한 발 떨어져 지켜보는 자세만 취했다. 인사권조차도 내려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그것이 중립은 아니다. 오히려 무능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리더십 논란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결국 적폐청산은 가만히 있어서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나리 기자  spot@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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