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에어부산은 부산지역주주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상장을 추진 중인 에어부산이 상장 이후 ‘부산색’이 크게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절반 가까운 지분을 보유 중인 부산지역주주들이 대거 투자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을 추진 중인 에어부산의 공모구조는 구주매출이 근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때 일각에서 제기됐던 아시아나항공의 구주매출은 아니다. 46%의 지분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과 더불어 에어부산 지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부산지역주주 상당수가 구주매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은 2007년 설립 당시 아시아나항공과 부산시, 그리고 부산·경남지역 향토기업들이 힘을 모은 바 있다. 부산지역 기반의 LCC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기존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노하우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2007년 7월 부산항공설립추진위원회가 설립돼 그해 8월 부산국제항공이 출범했으며, 이듬해 2월 에어부산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이후 일부 부산지역주주가 주식을 처분하기도(에어부산에 매각해 현재는 자사주) 했으나, 부산시(5.02%), 넥센(4%), 부산롯데호텔(4%), 부산은행(2.99%), 동일홀딩스(4%), 세운철강(4%), 서원유통(4%), 윈스틸(4%), 태웅(4%), 비스코(4%), 삼한종합건설(4%), 아이에스동서(4%) 등 부산지역주주 지분이 여전히 48.01%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부산지역주주 대부분이 상장 과정에서 지분을 처분해 투자회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에어부산 상장에 반대 의견을 내비쳐왔다. 에어부산이 번번이 상장에 실패한 끝에 ‘3수’에 나서게 된 이유다. 반대 이유는 명확했다. 상장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에 대한 우려였다. 다른 투자자들이 개입될 경우 지역색을 잃을 뿐 아니라, 경쟁력 또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같은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구주매출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쪽으로 검토 중인 반면, 부산지역주주들은 구주매출을 통해 투자회수를 실현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처럼 변한 데에는 최근 이어진 LCC업계의 고속성장 및 IPO성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 상장한 티웨이항공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긴 했으나,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으로 이어진 LCC업계 상장 행보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이에 따라 투자회수가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로 떠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LCC업계의 가파른 상승세로 인해 경쟁력 악화 등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LCC업계 관계자는 “지역색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상장을 하지 않는데 따른 경쟁력 악화 우려가 더 큰 상황에 이르렀다. 상장을 통해 투자를 확충해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어부산의 태생적 배경으로 인해 ‘지역색’을 잃는 것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불식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에어부산은 상장에 앞서 지역과 상생 발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상생방안 마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장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부산이 지역의 필요성에 의해 설립돼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성장한 만큼 본사 이전 금지, 상장수익의 에어부산 재투자 등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측은 “지금까지 꾸준히 그래왔던 것처럼 지역상생을 실천해나갈 것”이라며 “상장 이후에도 김해공장을 거점으로 중장기 성장을 이뤄나갈 계획이고, 사회공헌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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