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케미칼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3분기 실적이 신통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이같은 실적 우려는 가뜩이나 부진한 주가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 힘 못 쓰는 주가… 6개월 넘게 하락세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3월 2일 47만4,500원(종가기준)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6개월 넘게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3월 고점과 비교하면 최근 주가는 4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최근 3개월새 주가 하락폭도 20%에 달한다.

올 상반기 나름 호실적을 냈지만 주가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 1조1,6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LG화학(1조703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사수했다.

주가가 부진한데는 내ㆍ외부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총수 부재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되면서 각종 투자 계획이 스톱된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조성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빈탄주에 위치한 롯데케미칼타이탄의 인근 부지를 매입해 4조원을 투자, 초대형 유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총수 부재 후 투자 의사 결정이 미뤄지면서 사업 진척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산업협력 포럼’에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다수의 해외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며 이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프로젝트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해외 투자 계획 지연이 투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외 환경 악화로 실적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도 주가 부진 배경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선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위축, 유가 변동성 우려, 에틸렌 공급 광잉 우려를 반영해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 투자 계획 지연에 3분기 실적 우려까지 이중고  

17일 KB증권 역시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기존 52만원에서 42만원으로 내리면서 비슷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날 KB증권은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며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화학제품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은 5,62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6.5% 감소할 것”이라며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의 2월부터 최근까지 주가 추이. <네이버 금융 캡쳐>

또 올레핀 사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3,508억원으로 전분기와 작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력제품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PP), 모노에틸렌글리콜(MEG) 모두 전 분기보다 가격과 스프레드(완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가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백 연구원은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각각 6.1%, 6.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도 이날 롯데케미칼에 대해 “적어도 10월까지는 공격적 매수보다는 트레이딩 관점 대응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은 투자의견은 트레이딩바이(Trading Buy)와 목표주가는 45만원을 유지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락은 3분기 실적 급감,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수요 부진 우려의 현실화에 기인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 분쟁 완화 가능성은 있지만 종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저가 매력에 근거한 공격적 매수보다는 미·중 무역 분쟁 완화 시의 주가 반등 노린 트레이딩 관점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전년동기 25.9% 하락한 5,677억원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우울한 실적 전망에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17일에도 힘을 못 썼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전일대비 1.38%(4,000원) 하락한 28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업계 라이벌인 LG화학은 이날 배터리 사업 부문의 이익 증가세가 기대되면서 소폭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둘러싼 양측의 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과연 하반기 실적 희비가 어떻게 엇갈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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