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 제3차 평양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표정이 대비된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대표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다. 청와대는 당초 여야 5당에 모두 방북 동행 요청을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진보적 성향을 띤 3개 정당만 ‘반쪽 방북’을 하게 된 셈이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과 내년도 예산안 등 여야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산적한데 방북이 여야 간 ‘갈라치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7일 평양 방문을 하루 앞두고 각자의 소감을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과거에) 북쪽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일부는 현직에 남아있는 분도 계시고 일부는 은퇴한 분들도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같은 분들을 만나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려고 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앞선) 2번의 회담 후 상호 신뢰를 갖고 이어지는 회담이라서 성과가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 대표는 “북한 땅을 밟아본 것은 10년이 벌써 넘는다. 지난 10년 사이에 북한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우리 당이 가고 있는 평화체제를 위한 한반도의 길을 더욱 확신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정미 대표도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과 세계인들을 향해 긍정적 성과를 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고 만반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3당 대표들은 이번 방북에서 우리 국회와 북측 최고인민회의 간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그동안 남북 간 국회준비회담은 몇 번 있었다. 88년도에 있었고 89년도에도 있었지만 본회담은 이뤄진 적이 없다. 거기(북측) 최고인민회의하고 우리 국회하고는 성격이 달라 대등한 회담이 되긴 어렵지만 김영남 의장이나 이런 분들을 만나 국회회담을 할 수 있을지 의사를 타진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날(16일) 방북단 명단이 발표된 뒤 따로 만나 남북 국회회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정 대표는 “이번 방북에서 남북 국회회담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반드시 만들어야겠다는 의견을 나눴다. 판문점선언 1조인 ‘국회·정당·지방자치단체·민간단체 간의 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한다’는 합의 정신에 따라서 남북 국회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보수야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비판과 반대로 국회차원의 방북이 무산되어 민주평화당을 비롯한 3개 정당만이 동행하는 반쪽짜리 방북이 되고 말았다”며 “정상회담을 핑계로 국회까지 멈추고, 방북은 거부하고 앞으로 국회가 무슨 생산적인 일을 할 것인지 국민들과 역사는 지켜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발언이 나왔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종전선언 같은 것만 잔뜩 이야기해 오면 안 된다. 국민 64%가 (종전선언의) 속도 조절을 얘기하고 우방국도 우려를 표하지 않나”라고 했고,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수행단 구성만 놓고 보면 이번 방북이 비핵화 중재를 위한 방북인지, 남북 경협을 위한 방북인지 헷갈린다”고 꼬집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우리는 아직 이번 정상회담으로 잔치를 벌일 때는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여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들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의미가 없다. 핵 리스트와 비핵화 일정을 제시하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구체성을 띄어야 할 것”이라고 조건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민주당은 문희상 의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초월회’를 통해 여야 협치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번에 5당 대표가 다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부득이하게 3당만 참석하게 돼서 좀 아쉬움이 있다”며 “(초월회에서) 여야 대표가 월 1회 만나서 협의하기로 했기 때문에 평양 갔다 와서 대표들이 논의할 수 있는 의제를 준비할 생각이다. 아직은 협치가 만족할 만큼 높은 수준이라 보긴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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