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 코트라 사장이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권평오 코트라 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혁신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지난 4월 취임한 권평오 사장은 ‘혁신’을 최우선과제로 내걸었다. 취임식에 ‘혁신선포식’을 포함시켜 직원들과 함께 대국민약속 선언까지 했을 정도다. 혁신의 방향으로는 ‘현장’과 ‘소통’, ‘협업’ 등이 강조됐고, 중소기업 및 지방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실제 코트라는 권평오 사장 취임 이후 크고 작은 변화에 나서고 있다. 45개 세부 혁신과제 중 23건을 실시해 51%를 달성했다고 한다. 현장을 강조하며 본인 스스로 주 1회 이상 현장방문을 약속했던 권평오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 6번 현장을 방문해 기업들과 직접 소통하는 열의를 보였다.

또한 신입사원은 반드시 지방을 거치도록 하는 등 지방조직을 강화했고, 일부 해외무역관장 자리를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보고서 내용 및 형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공항 의전, 회의 준비 등에 있어서도 보여주기식 관행을 없애도록 하는 등 작은 부분의 혁신도 빠짐없이 챙겼다.

코트라는 과거부터 꾸준히 ‘혁신’을 강조해왔다. 바로 직전 사장을 역임한 김재홍 전 코트라 사장도 ‘혁신’을 강조했다. 물론 대부분의 기관 수장들이 입버릇처럼 혁신을 외치곤 한다. 그런데 김재홍 사장 역시 혁신의 키워드로 현장과 협업을 내세웠고,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또한 줄곧 강조했다. 이번에 권평오 사장이 강조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무방식 개선이나 현장 중심의 인력배치 등의 실행방안 역시 김재홍 사장 시절에도 진행된 바 있다.

“(취임 후)3개월 동안 코트라를 고객과 현장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정책, 조직, 인력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 말은 권평오 사장이나 김재홍 전 사장이 한 말이 아니다. 두 사람에 앞서 2011년 12월 취임한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언급한 내용이다. 2011년 6월에 취임해 짧게 머물렀던 홍석우 전 사장은 보고서 간소화나 해외출장시 공항의전 금지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취임하는 사장마다 혁신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부는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의 주요 혁신 추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아닌지 물음표가 남는 배경이다.

물론 코트라가 수출확대 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해외판로 개척에 큰 힘이 돼주고 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극심한 가운데, 해외취업 및 글로벌 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의미 있는 행보다.

하지만 코트라 사장들이 늘 강조하던 현장에서는 아쉬운 목소리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동안 코트라 사장들이 꾸준히 혁신을 외친 것에 비해 코트라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발표된 감사원의 코트라 감사 결과 중 일부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감사원은 “존치할 이유가 없는 무역관 5곳을 인력조정 없이 운영하며 연간 20억원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12년 전인 2006년에도 해외무역관을 30% 감축할 것을 코트라에 권고한 바 있다. 코트라 측은 미래의 잠재성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꾸준히 인력 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직 이기주의에 의한 덩치 키우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 역시 코트라의 과거 혁신에 물음표를 남기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코트라 측 관계자는 “큰 틀에서 강조하는 부분들은 해오던 것을 더 잘하자는 의미이고, 세부적인 혁신 방안들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이란 것이 지속해야 되는 것이지 어느 시점에 완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외국기업들도 끊임없이 혁신을 한다. 어느 순간 혁신이 완료되거나 중단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지난 시간 코트라 혁신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평오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코트라 측의 설명처럼 코트라의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성공의 관건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과거와 얼마나 큰 차이, 즉 변화를 보이느냐다. 권평오 사장의 강력한 혁신의지가 과연 ‘체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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