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왼쪽)이 남북경협사업 주도권 경쟁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남북경제협력 사업 주도권 경쟁에서 미묘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권 인사 중 유일하게 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 땅을 밟았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은 산업은행에 넘어갔다.

◇ ‘맏형’ 산은 이동걸, 특별수행원 자격 참여 눈길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늘(19일)로 2일차를 맞았다. 이날 남·북한 정상은 회담 결과를 담은 ‘평양공동선언’ 채택에 합의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 선언은 △군사적 적대관계 청산 △남북 교류 증진 △경제협력 △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 대한 포괄적인 방안들이 담겼다. 앞서 4ㆍ27 판문점 선언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남북경제협력사업(이하 남북경협)에 대한 의지도 재차 확인됐다. 평양공동 선언문에 따르면 남북한은 민족경제 균형적 발전 위한 실질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연내 동해 서해 철도 및 도로연결 착공식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등이 담겼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대북 제재 등 여러 걸림돌이 남아 있다. 하지만 남북경협 의지를 확고히 하고 일부 내용을 구체화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더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는 국내 주요 기업 경제인들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대거 참석해 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금융권에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동걸 회장이 유일하게 명단에 이름을 올려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반면 그간 남북경협 지원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던 은성수 행장은 방북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이 또한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은 1991년부터 남북협력기금(IKCF)을 운용해 온 국책은행이다. 그간 대북 사업 지원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금융기관이다. 이에 남북한정상회담으로 양국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정책자금 운용자로서 수출입은행의 역할론이 기대됐다. 은성수 행장 역시 지난 7월 3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경제협력과 개발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북한·동북아연구센터의 연구 인력을 보강하면서 남북경협에 적극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 방북 명단서 빠진 은성수 행장… 경협 주도권은 산은에? 

하지만 은 행장을 제치고 이동걸 회장만이 방북길에 오르면서 다소 머쓱한 상황을 맞이했다. 금융권에선 일단 사업 주도권은 산업은행 쪽이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이번 평양 방문에서 북한 관계자와 대화를 통해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조성과 관련한 큰 틀의 내용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을 비롯한 경제사절단들은 18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측 경제 총책인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회장이 국내로 돌아온 뒤에야 경협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금융권 대응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여의도동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산업은행 회장이 갔으니 전체적인 구도를 짤 것”이라며 “일단은 경제 협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금감원이 할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출입은행도 일단은 지켜보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뭐라 드릴 말이 없다”며 “지금은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행장이 방북명단에서 제외된 데 대해선 “경협 사업은 한 기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갈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구체화되면 협의해서 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남북경협 지원안을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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