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모 씨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고 노회찬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 드루킹 김모 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측근과 공모해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5,000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범으로 지목된 아보카 도모 씨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공모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도 모른다”는 게 아보카의 주장이다. 두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노회찬 의원의 죽음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 말바꾼 드루킹, 폭로한 아보카… “압박받았다”

노회찬 의원은 투신 전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면서 답답한 심경을 유서로 남겼다.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는 드루킹이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인터넷 카페로, 핵심 회원이 바로 아보카다. 아보카는 경기고 동창인 노회찬 의원과 경공모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찬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불러온 두 사람은 21일 열린 공판에서 사실무근으로 밝혔다.

그렇다면 파국을 왜 처음부터 막지 못했을까. 아보카는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술 기회를 주자 “마치 제가 노회찬 의원에게 돈을 직접 전달한 것처럼, 제가 노회찬 의원을 죽인 것처럼 됐다”면서 “특검팀이 엄청나게 압박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사실 아보카는 사건이 불거질 때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노회찬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공여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던 드루킹과는 사뭇 달랐다.

결국 특검팀은 부실수사와 과잉수사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드루킹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실책을 낳았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실제 특검팀은 드루킹의 진술을 뛰어넘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도리어 드루킹이 진술을 수차례 번복해 일관성과 신빙성이 떨어졌다. 이제 “한방에 날려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보라”고 호언장담했던 드루킹은 없다. 그 역시 노회찬 의원의 사망 소식에 말을 잇지 못할 만큼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 

드루킹의 측근으로 불리는 아보카 도모 씨는 자신 때문에 노회찬 의원이 사망한 것처럼 알려진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검찰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이후에도 특검팀은 드루킹이 정치자금을 기부하게 된 경위와 트위터에 정의당 관련 내용을 게재한 내막을 조사했다. “금품을 준 사람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검찰과 드루킹 일당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문제는 본류 사건이다. 드루킹의 진술 번복으로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회찬 의원의 별세 이후 “곁가지에 집중하느라 본류를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미 예상됐던 바다.

특검팀 수사의 본류였던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공범 혐의와 아보카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히는 방안을 제안한데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김경수 지사는 특검팀을 향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드루킹 한 사람의 진술에 의존해 시작되었고 그렇게 끝났다. 이것이 얼마나 허술하고 황당한지는 조사기간 보여준 내용과 결과가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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