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06차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궁중족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줄곧 계약갱신 보장 기간만 연장하는 식의 해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기간 제한 없는 계약갱신 요구권을 촉구해왔다. 또한 궁중족발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재건축 시 퇴거비 보상 및 우선입주권 보장 등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 상가임대차 개정안, 뭐가 달라졌나

지난 20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설 등이다. 상권이 활성화됨과 동시에 임대료 급등으로 소상공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변화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점이다. 5년이란 기간만으론 투자금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물론 10년으로 늘었다고 해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궁중족발이 들어섰던 서울 종로구 서촌은 최근에서야 상권이 활성화 된 곳으로, 사장 김씨는 9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했음에도 보증금 3,000만원 외 모아둔 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건물주는 10년간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1일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치”라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연합회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측면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정안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조만간 계약 만료를 앞둔 상인들에게는 임대료 폭탄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또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 임차인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권리금 회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설 규정은 개정법 공포 후 6개월이 지나간 날부터 시행된다.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올해도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상가임대차 개정안, 발빠른 통과에도 빈축 사는 이유

그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쳐 왔다. 그 중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차인도 5년간 계약갱신 요구권을 부여한 2013년과 임차인의 영업가치를 임차인의 재산권으로 규정한 2015년 개정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이번 개정은 상인들이 강력히 요구했던 계약갱신 요구권 문제를 손봤다는 점에서 과거 개정 때보단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5년에서 10년으로 기간만 연장하는 방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명 상가권리금약탈방지법 시행 1년을 맞은 2016년 5월 13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했다. 당시 맘상모는 ▲기간제한 없는 계약갱신 요구권 보장 ▲재건축 시 임차인 권리금 보장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 삭제 ▲환산보증금 제도 폐지 등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이 중 관련 법안이 통과된 것은 한 건도 없다. 폐지를 요구했던 계약갱신 요구권과 권리금 회수보호 기간은 둘 다 기간만 연장됐고, 궁중족발 사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시 권리금 및 퇴거비 보장도 통과되지 않았다. 환산보증금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계약갱신 요구권과 권리금 회수보호 제도는 해당 기간이 지나면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오히려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6월 상가 임대차 계약갱신기간을 현행 두 배인 10년으로 늘리겠다는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발표가 있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계약갱신 기간만을 10년으로 연장하는 생색내기용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면 깨끗이 포기하라”면서 “수차례 밝혔듯 갱신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쫓겨나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에 불과할 뿐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와 함께 상가임대차 문제를 다뤄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강훈(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김현미 장관의 발표 직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계약기간 후 권리금을 보장해 줄 때도 첫 계약 10년이 끝난 때에만 보장해 준다면 10년 이후 재계약 만료 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또한 10년 후에도 계약이 갱신될 경우 다시 10년 동안 계약기간이 보호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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