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기간에도 휴가를 반납하고 해외 현장 방문이 잦았던 과거와 달리 올해 추석 연휴기간엔 건설 CEO 대부분이 자택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연간 수주액이 300만 달러를 밑돌 정도로 해외건설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건설 CEO들의 추석 명절을 보내는 풍경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평소 방문이 힘든 해외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기 보다는, 국내에서 하반기 경영 구상에 골몰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이다.

◇ 해외수주 가뭄 탓? …건설 수장들 ‘정중동’ 모드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CEO 대부분은 올해 추석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업계 맏형 격인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를 포함해 건설사 수장 대다수가 공식 일정 없이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건설 CEO들의 추석 나기는 과거에 비해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명절 연휴 기간을 이용해 평소 방문이 힘들었던 나라밖 현장을 찾던 예전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꿀맛’ 같은 휴가를 반납하고 명절 기간에도 중동이나 동남아시아발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선배 CEO들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말들이 오간다.

이처럼 건설 CEO들이 명절 기간 조용한 행보를 보이게 된 건 최근 해외건설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 등의 영향으로 근 몇 년 사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급감하게 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다. 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들의 행보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 쌍용 김석준 회장 현장 경영 ‘눈에 띄네’

실제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금의 두 배가 넘는 650만 달러를 달성했던 지난 2012년엔 해외 방문 러시가 이어졌다. 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 정연주 부회장과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은 추석을 맞아 각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던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찾았다. 또 최광철 SK건설 사장은 쿠웨이트와 싱가포르의 플랜트 공사현장 등을 방문했다.

그렇다고 모든 건설사 CEO들이 국내에만 머물고 있는 건 아니다. 명절 기간 해외 현장 방문이 뜸해진 최근 업계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CEO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현장직원들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1983년 사장으로 취임한 후 ‘해외에서 고생하는 직원들과 명절 및 연말연시를 함께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신념으로 매년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적도기니 등의 해외 오지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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