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10여년 동안 이용객 사은행사, 조형물 설치사업 등의 사업비용 약 287억원을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떠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인천공항 면세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시사위크=강준혁 기자] “면세점 사업자들이 공사를 ‘갑-을 관계’로 보면서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비용 분담은 ‘삥뜯기’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지난 2012년 9월, 인천공항공사의 감사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용객 사은행사를 하면서 비용을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데 대해 스스로 ‘면세점 삥뜯기’라고 표현했다. 10여년간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전가한 비용의 규모는 2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이 인천공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2006년부터 이용객 사은행사 성격인 ‘공동프로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들을 상대로 많게는 1년에 4차례 각종 이벤트나 경품행사, 사은행사 등을 여는 것. 하지만 사은행사에 드는 비용의 20%만 공사가 부담하고, 80%는 면세점 사업자가 내도록 했다.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선 ‘두마리 토끼’를 잡는 구조였다. 적은 돈으로 행사를 치르고도, 임대수익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어서다. 면세점 임대료는 매출액에 비례하는 구조로, 고객 사은행사로 인해 면세점 매출이 늘면 공사가 거둬들일 수 있는 임대료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이용호 의원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인천공항은 스스로 ‘삥뜯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2년 실시된 인천공항 내부 특정감사 보고서에는 “이런 비용 분담은 ‘삥뜯기’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면서 “면세사업자들은 이미 매출의 40%를 임대료로 내고 있어 추가부담을 재고해야 한다. 흑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공사가 비용 전부를 부담할 능력과 명분이 충분하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감사 이후에도 비용 떠넘기기는 계속됐다. 이용호 의원에 따르면 공동프로모션 사업 방식으로 지난해까지 면세사업자들이 낸 비용은 287억원에 달한다. 2015년의 경우 면세사업자 부담 비율은 96%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일은 2017년 제2터미널 구축 당시에도 이어졌다. 인천공항은 면세구역 대형 랜드마크 조형물 설치사업 제작비 총 21억 중 15억을 면세사업자들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면세점 입찰 당시 아예 제안요청서에 입찰자들이 조형물 설치비용을 포함한 계획안을 제출하게 하고, 이를 평가해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이용호 의원은 “전형적인 갑질 문화”라며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면세점을 대상으로 한 인천공항의 갑질은 입점업체 간 가격경쟁을 위축시켜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 된다”며 “국토부는 책임 있는 감독기관으로서 감사에 나서 이번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재발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1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 당기순이익 1조원 달성했다. 인천공항의 연간 매출액 가운데 40%는 면세점 임대료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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