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최근 급변하는 남북관계로 들썩인 대북테마주 중에는 주식금수저들을 품고 있는 곳도 있다. /뉴시스
최근 급변하는 남북관계로 들썩인 대북테마주 중에는 주식금수저들을 품고 있는 곳도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전쟁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던 한반도 정세는 올해 들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시작된 남북관계 개선이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9·18 평양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 또한 들썩였다. 소위 ‘대북테마주’나 ‘남북경협테마주’의 주가가 주요 이슈를 전후해 크게 오르락내리락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낸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대북테마주’에도 주식금수저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보광산업과 홈센타홀딩스가 대표적이다.

◇ 미성년자 3명, 합산 주식 자산만 ‘250억’

대구에 기반을 둔 홈센타홀딩스는 24개의 계열사를 통해 골재·아스콘·레미콘·건축자재·운송·레저·유류도매·임대·렌터카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 중 상장사는 홈센타홀딩스와 보광산업 두 곳으로, 모두 코스닥시장에 상장돼있다.

홈센타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박병준 HC보광 대표다. 본인 지분 14.57%와 특수관계인을 더해 50.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홈센타홀딩스는 보광산업 지분 41.17%를 가진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지분이 72.18%로 올라간다.

주목을 끄는 것은 나란히 두 회사 주식을 모두 갖고 있는 미성년자 A, B, C다. 이들은 성별은 물론 구체적으로 누구의 자녀인지도 확인이 어렵다. 보광산업 관계자 역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확인 가능한 것은 오직 나이 뿐이다. 편의상 나이순으로 02년생을 A, 03년생을 B, 07년생을 C라 칭한다.

A와 C는 홈센타홀딩스 주식 224만2,740주와 보광산업 주식 96만1,615주를 똑같이 보유 중이다. 이를 27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각각 39억9,200만원과 51억2,540만원으로 총 91억원에 달한다. B는 이보다 적은 홈센타홀딩스 주식 179만4,190주와 보광산업 주식 76만9,293주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각각 31억9,300만원, 41억원 등 총 73억원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아직 중고등학생인 A와 B, 초등학생인 C의 나이를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주식보유는 보광산업이 비상장사였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2015년 12월 보광산업이 상장했을 당시 A와 C는 61만8,000주, B는 49만4,400주를 보유 중이었다. 이때는 이들 세 명 외에도 미성년자가 더 많았으나, 일부는 성인이 됐고 일부는 주식을 모두 처분한 상태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채 여전히 미성년자인 이들 세 명은 무상증자를 통해 보유 주식 수를 늘렸다. 이어 홈센타홀딩스가 보광산업에 대한 공개매수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 세 명도 일부 주식을 처분하고 현금 및 홈센타홀딩스 주식을 확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의 주식 자산은 크게 증가했다. 보광산업이 상장했을 초기만 하더라도 이들의 주식 가치는 약 37억원·3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각각 90억원과 70억원이 넘는다.

특히 이들의 주식 자산은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크게 들썩였다. 보광산업의 경우 지난 5월말부터 6월초까지 주가가 크게 오르며 9,000원을 넘기기도 했다. 덕분에 당시 이들 세 명의 주식 자산은 1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다른 테마주에도 종종 이름을 올리는 홈센타홀딩스 역시 대북테마주 중 하나다. 두 회사 모두 도로공사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에 대북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대북테마주에 대한 접근이 한층 신중해지면서 두 회사의 주가도 현재 다소 주춤한 상태다.

보광산업 측은 미성년자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와 관련해 “모두 공개돼있으며, 증여세 납부 등 관련 절차도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이들이 뜻밖의 큰 수혜를 입을 여지가 있다는 점은 주식금수저가 지닌 문제를 또 한 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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