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심재철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고, 자유한국당은 야권탄압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심재철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고, 자유한국당은 야권탄압이라고 맞섰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단단히 화났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등 의혹 제기 때문이다. 평소 언론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이정도 총무비서관까지 전면에 나섰다. 평소 웃음을 지으며 취재진을 찾아왔던 이정도 비서관은 이날 만큼은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이정도 비서관은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통 관료다. 일반 공무원인 그가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을 제치고 ‘총무비서관’에 앉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예산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측근’ 대신 일반직 공무원을 선호했다고 한다. 기대대로 이 비서관은 대통령의 사적비용 급여공제와 함께 규정에 따른 휴가삭감 등의 조치를 취했다. ‘문재인 시계’의 희소성이 커진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비서관의 엄격한 집행이 원인이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일일이 내역이 다 남는 클린카드에 대한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심재철 의원의 의혹제기가 의미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비인가 자료’ 논란을 빼고 본다면, 참모진 수당지급이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국회의 감시대상임은 분명하다. 다만 청와대의 확인이 없는 상황에서 다소 과도하게 부풀려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감시목적 보다는 정치적 공세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얘기다.

사실 청와대도 이 같은 의도를 잘 알고 있다. 단순 의혹제기일 경우, 청와대는 응답하는 것이 되레 사건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심 의원이 다량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고, 추가 의혹제기가 있을 수 있어 ‘재갈물리기’로 대응방향을 선회했다. 기획재정부가 심 의원을 고발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명예훼손 고소를 언급하는 것도 사건을 더 키우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더 크다.

청와대의 예민한 반응 이면에는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 당시 타 후보진영에서 제기된 취업특혜 의혹은 끊이지 않았고 나중에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됐다. 당시의 악순환을 재현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확고하다.

문제는 양측의 정치공세가 갈등의 재생산만 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정치적 해결 보다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며 재갈을 물리려 하고, 민주당은 국회차원에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야권탄압’ 주장을 펼치며 반발할 것이 뻔하다. 그 사이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의 파행운영은 물론이고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이나 남북 국회회담은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말이 뻔한 정치쇼에 즐거워할 국민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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