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몰카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 건수는 2만5,722건에 달한다.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몰카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 건수는 2만5,722건에 달한다.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불법촬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범죄는 누가 저지르고, 누가 표적이 되는 것일까. 집계에 따르면 10건 중 8건의 피해자는 여성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인 셈이다. 

◇ 잡아도 잡아도… 늘어나는 범죄 건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동의 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촬영, 이를 유포하면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한다. ‘몰카 범죄’라고도 불린다. 

몰카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 건수는 2만5,722건에 달한다. △2016년 8,456건 △2017년 1만286건 등으로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달 13일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설치했으며, 17개 지방청과 254개 경찰서에도 같은 부서를 설치한 바 있다. 이들은 △불법촬영자 △유포자 △불법촬영 관련 갈취·편취 행위자 △유통 플랫폼 △유착된 카르텔 등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 

이후 지난 26일까지 총 1,012명을 검거했다. 한달 반 만의 결과다. 하루 평균 23명이 44일간 꾸준히 검거된 셈이다.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이 수치는 검거된 자만 해당한다. 

몰카 범죄의 ‘발생’ 건수는 이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수사당국에서 집중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같은 시기의 범죄 건수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인터넷의 특성상 유포된 영상의 재유포 문제까지 일어나는 만큼 일각에서는 불법촬영물에 대한 구조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대놓고 여성 노린 범죄… ‘디지털 성범죄’의 불편한 진실

그런데, 이 같은 몰카 범죄에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극단적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4년 이후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검거된 피의자 1만6,802명 가운데 1만6,375명(97%)이 남성으로 집계됐다. 범죄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남성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매년 늘고 있다. 몰카 범죄 피의자 검거 현황에 따르면 남성 피의자는 △2014년 2,856명 △2015년 3,866명(35%↑) △2016년 4,382명(13%↑) △2017년 5,271명(20%↑) 등으로 증가했다. 천단위로 늘고 있다. 

반면,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몰카 범죄의 피해자를 분석한 결과 총 2만5,896명 가운데 2만1,512명이 여성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83%다. 성별 확인이 어려운 3,733명을 제외한다면 여성 피해자 비율은 97%로 올라간다. 몰카 범죄는 여성을 향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피해자 수치는 남성 피해자의 33배에 달한다. 피해 수치의 단위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다. 2014년부터 4년간 확인된 남성 피해자는 651명이다. 한해 평균 162명의 남성이 몰카 범죄를 당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여성의 피해는 2만건을 넘는다. 해마다 5,400명에 가까운 여성이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문제 해결에 예산을 가장 많이 편성한 부처가 여성가족부라는 점에서도 피해의 타깃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해자들의 상담을 지원하는 곳이 여성과 아동의 피해를 구제하는 대표 단체 △여성긴급전화 1366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등이라는 점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결국 몰카 범죄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젠더폭력의 일종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미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소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물론 남성 피해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피해는 여성이 받고 있다. 여성의 벗은 몸을 즐기는 문화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막아야 하는 범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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