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택가격이 아시아의 다른 주요 도시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뉴시스
서울의 주택가격이 아시아의 다른 주요 도시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들이 베이징과 방콕 등 이웃 도시들에 비해 집값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9월 30일(현지시각) 발표한 ‘2018 아시아 개발전망 보고서’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주택매매가격을 연간임대료로 나눈 ‘주택수익비율’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아시아개발은행이 아시아 주요 도시의 분기별 주택수익비율 증감을 비교한 결과, 서울은 자료수집이 가능했던 2006년부터 작년까지 단 4분기(2010년 1·2·3분기와 2017년 3분기)를 제외한 모든 기간 중 주택수익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8분기 중 44분기에서 증가세가 기록돼 홍콩(72분기 중 39분기)이나 타이베이(44분기 중 28분기)보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더 오래 지속됐다.

자연히 지출에서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아시아개발은행은 향후 20년간 주택담보대출의 상환금이 월평균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주택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을 ‘큰 주거부담이 없는 상황’으로 가정했다. 한국은 비교대상 국가들보다 평균소득이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집값 때문에 주거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세계은행, 국내 시중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약 5.33%며 토지 1제곱미터의 가격은 7,006달러, 1인당 월평균 소득은 1,212달러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주요 도시별 구매 가능한 주택의 넓이를 계산한 결과, 서울의 소득 1~4분위계층(소득 하위 80%)은 월평균 소득의 40% 이상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할 의사가 없다면 50제곱미터 넓이(약 15평)의 주택에서 거주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5분위계층(소득 상위 20%) 또한 50제곱미터짜리 주택에서 거주하려면 아시아개발은행의 기준에 거의 근접한 비용(월평균 소득의 40%)을 매달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한국을 제외한 다섯 나라 중 타이는 소득 5분위계층이 50제곱미터짜리 주택을 여유 있게, 나머지 네 나라는 70제곱미터(약 21평)짜리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으며 말레이시아의 경우 소득 3~4분위계층도 가계에 큰 부담 없이 70제곱미터 넓이의 주택에 거주하는 것이 가능했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대도시에 밀집된 인구분포,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높은 집값상승률의 원인으로 뽑은 아시아개발은행은 “치솟은 부동산 가격이 갑작스레 떨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심각하게 타격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서울뿐 아니라 다른 대도시에서도 집값이 높게 형성돼있어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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