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공룡들이 온라인 쇼핑 경쟁력 확대를 위해 IT기업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픽사베이
국내 유통공룡들이 온라인 쇼핑 경쟁력 확대를 위해 IT기업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 픽사베이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공룡들이 인공지능(AI) 기술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초기 AI 솔루션 구축 및 고객상담을 위한 AI 챗봇 도입에 그쳤다면, 현재는 AI스피커를 개발한 IT업체들과 동맹을 맺고 외연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 빅3’인 신세계·롯데·현대는 올해 들어 AI 기술 및 제품을 보유한 IT업체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관련 서비스를 공개 중이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이들은 지난 7월 네이버의 AI스피커 ‘클로바’를 통해 ‘보이스 커머스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직 음성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수준은 아니며, 고객들이 원하는 현대백화점의 쇼핑정보를 클로바로 제공하는 정도다.

즉, 고객들이 ‘현대백화점 본점에 나이키 있어?’라고 질문하면 나이키 매장의 구체적인 위치 또는 전화번호를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채널 ‘더현대닷컴’의 상품을 클로바의 음성으로 주문하는 기능도 개발·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의 우군은 KT다. 롯데e커머스와 롯데슈퍼는 지난달 KT의 AI스피커 ‘기가지니’와 연계한 ‘인공지능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기가지니’에서 음성으로 롯데슈퍼의 온라인몰 ‘접속부터 검색, 주문’까지 가능한 서비스로, 기가지니가 연결된 TV를 통해 화면으로 상품을 보면서 음성쇼핑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신세계는 글로벌 IT기업 구글과 동맹을 맺었다. 중심에는 IT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가 자리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달 총판을 맡은 구글 AI스피커 ‘구글홈’의 국내 판매를 개시했고, 이후 신세계백화점, 구글과 함께 AI 서비스 사업관련 MOU(업무협력)를 체결했다. MOU 목적은 구글 기술기반의 챗봇서비스와 더불어 AI기반의 분석 서비스, 음성인식을 통한 주문하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것.

업계에선 유통강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온라인 쇼핑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내다본다. 특히 유통업계는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게 중요한 만큼, AI기술과 시너지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오프라인 빅3가 이슈몰이를 위해 너무 이른 시기에 'AI스피커'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음성인식 AI쇼핑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규모도 작고 서비스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 중에서 AI스피커를 쇼핑에 도입한 경우는 SK텔레콤의 '11번가' 뿐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AI 스피커의 실효성 문제가 남았다”며 “온라인 커머스 대부분이 모바일로 사용되며, AI 음성인식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오히려 (AI기능이) 불편할 것 같다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AI스피커를 통한 쇼핑)시장이 초기단계지만, 트랜드를 놓치면 안 된다”며 “AI스피커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는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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