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10년의 기나긴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고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뉴시스
한화 이글스가 10년의 기나긴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고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07년을 기억하는가. 소녀시대가 데뷔했고, 탁재훈이 KBS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해이기도 하다. 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발생해 전 세계가 극심한 경제 혼란에 빠졌고, 태안에선 최악의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있다. 2007년은 한화 이글스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해다. 당시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한화 이글스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두산 베어스를 만났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는 3전 전패로 무릎을 꿇었으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및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좋은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이것이 기나긴 암흑기의 시작이었음을. 이후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까지 꼭 10년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하며 씁쓸한 시간을 보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한대화 전 감독에 이어 ‘명장’ 김응룡 전 감독과 김성근 전 감독 등을 차례로 모셔왔으나 가을야구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 기간 한화 이글스는 단순히 가을야구만 진출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5위-8위(꼴찌)-8위(꼴찌)-6위-8위(꼴찌)-9위(꼴찌)-9위(꼴찌)-6위-7위-8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무려 절반을 최하위에 머물렀다. KBO 역사상 딱 두 해 있었던 9단 체제에서 모두 9위의 불명예를 쓰기도 했다. KBO 역사상 9위를 경험해본 유일한 팀이다.

암흑기가 길어지는 사이 함께 하위권에 머무르던 팀들은 하나 둘 씩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그렇게 한화 이글스는 가장 오랜 기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한 팀으로 남아있었다.

생즉사 사즉생이라 했던가. 한화 이글스의 오랜 암흑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막을 내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용덕 감독을 새로 선임한 한화 이글스는 당장의 성적보단 리빌딩에 중점을 두는 행보를 보였다. 최근 수년간 보인 행보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던 FA시장에서도 일찌감치 발을 뺏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새얼굴들이 속속 경기에 투입됐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특정 선수 혹사 또는 강도 높은 훈련도 모두 사라졌다.

놀랍게도 이 같은 변화는 곧장 성적으로 이어졌다. 한화 이글스는 시즌 중반 2~3위권으로 올라선 이후 줄곧 그 자리를 지켰다. 결국 지난달 28일 승리를 통해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짓는데 성공한 한화 이글스다. 유력한 가을야구 후보들이 다소 부진했던 측면도 있지만, 한화 이글스가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는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황당한 수비 실책이 빈번하던 수비는 눈에 띄게 촘촘해졌고, 답답하던 타선은 짜임새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팬들이 목말라하던 ‘화수분 야구’가 올 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나타났다.

그토록 갈망하던 암흑기 탈출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의 다음 목표는 우승이다. 한화 이글스는 1986년 창단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딱 한 차례에 불과하다. 정규리그 우승은 경험조차 하지 못했다. 33년의 역사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비록 깨달음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리빌딩 첫 시즌부터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가 리빌딩이 완성될 무렵엔 어떤 성적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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