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 종각점 정문 출입구. / 시사위크
영풍문고가 오는 12월을 목표로 종각점 내 무인양품 입점을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최근 서울문고(반디앤루니스) 인수를 포기한 영풍문고가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숍인숍’ 형태로 SPA브랜드를 점포 내 잇따라 유치하며 소비자들의 발길 잡기에 나선 것이다.

◇ 변신 중인 영풍문고 종각점 ‘무인양품 입점’

영풍문고가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연말께 전국 41개 매장 중 헤드쿼터인 서울 종각점에 일본 라이프스타일 숍인 무인양품이 들어선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콘셉트 및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무인양품 측과 조율 중에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문고 등에 따르면 무인양품은 종각 본점 전체 면적(1만230㎡)의 6분의 1에 이르는 규모로 들어선다. 점포는 영풍문고의 지하 2층뿐 아니라, 접근성이 좋은 지하 1층에 걸쳐 운영될 계획이라 서점에서 무인양품의 존재는 더 크게 느껴 질 전망이다. 이번 무인양품 입점이 단순히 대형서점에 편의시설 하나가 늘어난 수준의 의미부여에 그칠 수 없는 이유다.

규모가 규모이니 만큼 현재 영풍문고 종각점 내부는 상당히 어수선한 편이다. 무인양품 예정지이자 지하 1층 한 가운데인 문학 코너가 공터로 남아있어 이용객 누구나 공사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기존 지하 2층에서 판매되던 오피스 상품들도 종로구청 사거리 방향의 후문과 연결된 목 좋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하 2층은 곳곳에 공사를 위한 간이벽이 들어서 있어 이동에 큰 제약이 따른다. 협소해진 공간 탓에 만화 코너 인근에서 판매되던 피규어들은 자취를 감췄다. 다만 스타벅스와 한스델리, 랄라블라 등 기존 편의시설들은 무인양품 점포 예정지와 무관한 곳에 입점한 덕에 정상적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무인양품 입점을 위해 공사중인 영풍문고 종각점 내부 모습. /시사위크
무인양품 입점을 위해 공사중인 영풍문고 종각점 내부 모습. /시사위크

◇ 서울문고 인수 고배, SPA로 만회할까

이처럼 영풍문고가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서점 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건 보다 많은 이용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문고 종각점은 국내 최대 규모라는 장점과 지하철 1호선과 연결되는 뛰어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인근 교보문고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렸던 게 사실이다.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이용객들로 붐비는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대조적으로 영풍문고 종각점은 한산한 편에 속했다.

실제 전체 실적을 놓고 봤을 때도 업계 2위라는 위치가 무색할 만큼 교보문고와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영풍문고의 매출규모는 1,352억원으로 같은 기간 교보문고(5,450억)의 4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두 업체가 비슷한 수의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서 벌어진 것이라 영풍문고를 더욱 뼈아프게 하고 있다.

최근 서울문고 인수가 틀어진 것도 영풍문고가 SPA브랜드 유치 전략을 취하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서울문고의 지분 50%을 보유해 오던 영풍문고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올해 중순 이를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 7월말 영풍문고는 그마나 보유하던 우선주 10.17%까지 완전히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에 맞물려 영풍문고는 여의도 IFC몰점에 또 다른 리빙 SPA 브랜드인 ‘버터’를 입점시킨 데 이어, 분당 서현점과 광주 터미널점에도 동일한 매장을 선보였다.

영풍문고가 다소 파격적으로 보이는 SPA브랜드 유치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아니면 ‘서점다운 서점’을 만들겠다는 자신들의 철학에 흠집을 내는 결과로 귀결될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