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최근 향후 예상되는 정계개편 국면을 앞두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최근 향후 예상되는 정계개편 국면을 앞두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야권발 정계개편이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최근 각각 '보수대통합'과 '중도개혁'을 주장하며 정계개편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상대 당이 먼저 분열하기를 기다리고, 당내 원심력 차단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은 친박-비박 간 계파갈등에 '전원책표 인적 쇄신'이 분열의 요소로 꼽힌다. 바른미래당도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분열의 단초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는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문제는 내 권한 밖의 일이지만, 보수통합이 대세"라고 밝혔다. 앞서 전 변호사는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에게 조강특위 합류 조건으로 '통합 전당대회'를 제시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전 변호사의 통합 전대 제안은 '보수대통합'을 추구하던 한국당의 기존 노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에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先) 해체-후(後) 단계적 통합'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최근 "범보수·범우파의 결집은 보수 진영의 소망"이라며 "저도 (통합전대에)동의한다"고 가세했고, 김용태 사무총장도 "현재 한국당 비대위의 최종 목표는 보수 대통합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는 것"이라고 '통합전대론'에 힘을 보탰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한국당 내 친박-비박 간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친박계는 비박계를 '복당파' 혹은 '배신자'로 보고 있고, 비박계는 '친박 청산'을 외치고 있다. 특히 친박 입장에서는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역시 '배신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전 변호사가 고강도 인적쇄신을 예고한 가운데, '청산'된 계파의 반발도 변수다. 현재 인적 쇄신의 칼날이 친박계와 홍준표계를 겨냥할 것이라거나, 역으로 비박계 중진을 향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전대를 열기도 전에 제2의 '친박연대'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바른미래당은 이같은 한국당의 '통합전대론'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향후 중도개혁세력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고, 바른미래당이 그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정치개혁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시대에 어긋난 얘기"라며 "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고 박근혜를 만들고 박근혜를 탄핵하고 구속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당의) 인적 쇄신도 전 변호사가 말하는 것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당은 분열될 것이고 체제가 제대로 유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가 분열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손 대표와 현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비준동의에도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지상욱·이언주 의원 등은 비준문제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오는 8일 의원총회를 통해 비준문제에 대한 당내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지만, 김관영 원내대표가 제시한 ▲정부의 구체적 비용추계안 ▲비준동의에 상응하는 북한의 국내법적 절차 ▲현재 북핵의 불능화 조치라는 전제조건은 하나도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논의가 비준찬성으로 기울 경우 당내 원심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원외인사인 손 대표가 사실상 당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 당 방침의 대부분이 원내인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비교적 젊은 지도부는 '올드보이'인 손 대표와의 소통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대표가 '통합'과 '탕평'을 내세우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을 골고루 기용하고 있지만, 핵심 친유(친유승민)계 포섭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손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 전 대표와 단둘이 비공개 막걸리 회동을 나눴다고 밝혔지만,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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