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웃도어 기업 (주)화승이 제2의 도약을 선언한 브랜드 리뉴얼에도 불구하고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화승
스포츠, 아웃도어 기업 (주)화승이 제2의 도약을 선언한 브랜드 리뉴얼에도 불구하고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화승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견패션 기업 화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050세대에서 2030세대로 소비자 타켓층을 변경하는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 효과를 보지 못한 채, 경영 악화가 더 가중되고 있다. 스포츠 명가 부활을 위해 삼성물산 출신의 재무통을 새 대표로 승진시키는 인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시장 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 ‘역성장’ 실패로 돌아간 브랜드 쇄신안

스포츠‧아웃도어 전문 기업 화승을 이끌 새 수장이 결정됐다. 지난해 이 회사에 영입된 김건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전임 신상운 대표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감사와 재무, 해외 주재원, 영업 등을 두루 거친 김 신임 대표는 패션 브랜드 경영과 재무 분야의 ‘통’으로 통한다. 화려한 이력이 보여주는 만큼 화승이 김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 신임 대표가 회사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낙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최근 처한 화승의 경영 상황이 워낙 나빠 괄목할만한 실적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화승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674억원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192억원이던 영업적자 규모도 1년 새 256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매년 늘어나 564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재무건전성도 악화일로다. 2015년 KDB KTB HS 사모펀드(PEF)가 새 주인이 되면서 실시된 대규모 규모의 유상증자 효과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주)경일이 회사를 매각한 후 200%대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된 화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426%까지 치솟았다. 단기 채무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화승의 유동비율은 67%로 안정권인 200%대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 ‘재무통’ 김건우 신임 대표의 무거운 어깨

이 같은 부진은 야심차게 준비한 브랜드 리뉴얼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어 화승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화승은 2016년 전전임 신상운 대표체제 당시 대표 브랜드인 ‘르까프’ 탄생 3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브랜드 쇄신안을 내놓았다. ‘아버지 운동복’으로 대변되는 노후한 이미지를 벗고 회춘을 선언했다. 4050에 맞춰있는 코어 타깃을 2030로 낮추는 브랜드 아이덴티디 변화를 통해 1년 뒤 연매출 3,4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지만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또 다른 핵심 브랜드인 ‘머렐’의 기세도 시원찮다. 2007년 화승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머렐은 유독 국내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웃도어 신발 부문 12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머렐은 국내 아웃도어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계속된 부진 탓인지 전전임 신 대표는 물론, 전임 김영수 대표 모두 2년도 안 돼 회사를 떠나는 운명을 맞았다.

업계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 신임 대표가 전임 대표들처럼 단명에 그칠게 될지, 아니면 나이키, 리복와 어깨를 나란히 한 프로월드컵을 운영하던 1990년대 전성기를 화승에 되찾아 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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