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부상하고 있다. 뛰어난 언변으로 내공을 인정받은 그는 겸손한 모습으로 범진보 지지층으로부터 호감을 샀다. /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부상하고 있다. 뛰어난 언변으로 내공을 인정받은 그는 겸손한 모습으로 범진보 지지층으로부터 호감을 샀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망론이 불거진데 대해 ‘어리둥절’했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 대한 여론조사를 “왜 이렇게 빨리 하고 있을까”하는 우려가 생겼다.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그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현재 맡고 있는 일을 충실히 하기도 힘에 부칠 정도”라며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해도 이낙연 총리는 웃지 않았다.

◇ 범진보 진영 차기 대선주자 1위

최근 실시되는 여론조사의 지표는 이낙연 총리를 향하고 있다. 대정부질문 다음날에도 대망론에 불을 지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CBS의 의뢰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리얼미터는 5일, 이낙연 총리가 범진보 진영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첫손에 꼽힌 사실을 공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이낙연 총리는 14.6%의 지지율을 얻었다.

주목할 부분은 지지율 상승세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공개된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11.7%의 지지율을 얻은 바 있다. 한 달 새 2.9%p 오른 셈이다. 유력한 대선주자로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두 사람은 이번 조사에서 각각 11.7%와 9.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 3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제는 이후다. 지지율을 차기 대선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다. 일단 여권에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선주자로 뜰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대정부질문에서부터 예열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 이낙연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파상공세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뛰어난 언변 속에 이른바 ‘넘사벽’ 내공을 보여줬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국이 대북 대화를 구걸하는 거지같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언급하자 “김성태 의원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국은 삼권분립 국가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 1인제”라고 비판하자 “조금 전에 우리는 삼권 분립을 체험했다”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인준을 받지 못한 사태를 꼬집었다.

이낙연 총리의 지지율은 유력 대선주자로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앞섰다. 상승세를 어떻게 유지해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뉴시스
이낙연 총리의 지지율이 유력 대선주자로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앞섰다. 상승세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뉴시스

이낙연 총리의 정중하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은 촌철살인의 대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호평을 받았다. “중학생을 대하는 자상한 대학생”같다는 것. 반면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9월 대정문질문에서 “긍정적으로 말하면 노회하고, 나쁘게 말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답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당 지지층 입장에서 보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사람이 바로 이낙연 총리다.

◇ “아무리 잘해도 국민께는 모자라”

뿐만 아니다. 국무총리로서 무난하게 직무수행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지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능한 내각’을 강조하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책임장관’이 될 것을 주문해온 이낙연 총리는 현장과 소통을 중요시했다. 대형 사건 및 주요 현안엔 현장으로 달려갔고, 장관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대책이 미흡할 경우 엄하게 질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대로 국민 앞에선 자신을 낮췄다. 이낙연 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은 지난 5월 “내각 전체가 더욱 분발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8월 청와대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5부 요인의 오찬 자리에서 “정부는 아무리 잘해도 국민께는 모자란다. 하물며 더러는 잘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안타까움이 크시리라 생각한다. 늘 심기일전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겸손이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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