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하루 사이에 연달아 금리인상에 호의적인 발언을 내놨다. 한국과 미국이 모두 연내 금리를 인상하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뉴시스·AP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하루 사이에 연달아 금리인상에 호의적인 발언을 내놨다. 한국과 미국이 모두 연내 금리를 인상하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담당자들이 나란히 금리 인상에 호의적인 발언을 내놨다. 배경은 제각기 다르지만, 양자 모두 긴축재정정책을 펼 시점이 됐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중앙은행으로부터 매파 발언이 이어지자 시장은 부랴부랴 금리의 예상경로를 재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 ‘너무 좋은’ 미국 경기, 금리목표 높일 기반 갖춰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3일(현지시각) 미국 방송사 PBS의 ‘디 애트랜틱 페스티벌’ 방송에 출연해 “기준금리가 중립금리까지 올라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고 경제성장률을 잠재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금리수준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3.0% 정도로 인식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25%로 중립금리에 다다르기 위해선 세 번의 인상이 더 필요하다.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기준금리를 3.0%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3차례의 인상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을 염두에 둔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다”고 호평한 것을 두고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중립금리를 높여 잡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9월 26일(현지시각) 발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경로 점도표에서는 2021년의 기준금리가 3.25~3.5%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 경우 앞으로 다섯 번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하다.

증권가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3일 오후 2시(현지시각)까지 2만6,929.65이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장을 2만6,828.39로 마감했으며 4일 오후 2시에는 2만6,515.49까지 떨어졌다.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 가능성에 환율시장도 출렁였다. 9월 27일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을 당시 94.19에서 94.89로 높아졌던 달러 인덱스가 연준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다시 상승했다. 1일(현지시각) 95.30이었던 블룸버그 달러 인덱스는 3일 95.76까지 높아졌다. 달러가치가 높아진 반대급부로 원/달러 환율은 4일 1,129.50원으로 전일 대비 9.50원 올랐다.

◇ 가계부채·부동산 등 경기부양책의 부작용 심해… 저금리 유지 힘들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금융 불균형의 누적이 심해졌다”며 이를 “점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9월 27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에도 “거시경제와 금융 불균형의 축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주열 총재가 연달아 언급한 ‘금융 불균형’의 대표적인 예는 가계대출의 급증과 높은 부동산가격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약 1,50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서울은 최근 10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집값 상승률이 높은 도시로 손꼽힌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이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대출과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제약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 금리인상 타임라인, ‘11월 말 한국·12월 중순 미국’ 유력

올해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 18일과 11월 30일 두 차례 남아있다. 두 번의 금융통화의원회가 끝나고 약 3주 뒤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FOMC가 예정돼있는데, 금융업계에서는 11월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점진적 인상’을 기조로 삼고 있는 연준은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인상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이미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올렸던 선례가 있다. 작년 11월 30일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했던 사례가 그것이다. 당시 연준은 6월 이후부터 금리를 동결하고 있었으며, 12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FOMC보다 금융통화위원회가 먼저 열리는 일정상 올해 연말에도 같은 모습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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