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팔루 일대를 덮친 강진으로 부상을 입어 왼손을 절단한 한 소년이 팔루의 임시병원에 누워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수가 1,600여명 가까이 발생한 가운데 구호물품 지원은 여전히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또다른 공포 속에 고통받고 있다. / AP, 뉴시스
지난 9월 2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팔루 일대를 덮친 강진으로 부상을 입어 왼손을 절단한 한 소년이 팔루의 임시병원에 누워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수가 1,600여명 가까이 발생한 가운데 구호물품 지원은 여전히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또다른 공포 속에 고통받고 있다. / AP,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지 열흘가까이 지났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불안감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시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식량 등 생필품 부족 속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또 다른 공포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 여기에 ‘더 규모가 큰 지진이 또 올 것’이라거나 ‘인근 댐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등 가짜뉴스까지 일파만파 퍼지면서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유포된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규모 8.1의 강진이 곧 다시 술라웨시섬을 덮친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의 약자인 ‘BMKG’를 출처로 해 현지 주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 대변인은 ‘추가 지진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아직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술라웨시섬의 소푸탄 화산이 분화했다는 소문과 함께, 거대한 화산재가 거리를 뒤덮고 농장에 용암이 흘러내리는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았지만 이 역시 의도적으로 조작된 가짜뉴스였다. 해당 영상은 지난 2014년 남미 화산 폭발 당시 모습으로 확인됐다.

강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피해 복구와 구조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팔루 시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현지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팔루 시장이 지진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에 거짓말을 뜻하는 ‘Hoax’ 마크가 찍혀 있는 모습.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
강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피해 복구와 구조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팔루 시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현지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팔루 시장이 지진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에 거짓말을 뜻하는 ‘Hoax’ 마크가 찍혀 있는 모습.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

특히 이번 지진으로 팔루 시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현지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그는 술라웨시섬에서 피해 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댐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공개된 사진 역시 과거 쓰나미 사진으로 판명됐다.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피해자의 모습을 ‘이번 지진의 희생자’라며 조작한 사진도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영상과 사진들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피해 지역의 경우, 이번 지진으로 전기가 끊기면서 휴대전화 사용이 어려운 상태지만 가짜뉴스는 주로 입에서 입으로 퍼지며 피해 주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실제 지진 피해자들과 가족에게 무료 항공편이 제공됐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한때 팔루 주민들이 공항으로 몰려가 탈출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가짜뉴스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시간과 인력을 낭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가짜뉴스 유포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즉시 체포하라”는 명령을 경찰에 내렸다. 국가적 위기 상황임을 감안할 때 가짜뉴스가 공포를 조장하고, 그 공포가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도네시아매체 데틱에 따르면 2일부터 지금까지 가짜뉴스 유포자 14명이 체포됐다. 이들 중 2명은 ‘추가 지진설’을 유포한 혐의로 붙잡혔다.

한편 국제사회는 구호의 손길이 절실한 인도네시아를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피해지역에 물류와 식수공급 등을 지원하고 있는 유엔(UN)은 긴급 구호자금으로 5,050만 달러(한화 약 570억원)를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각국에서의 도움의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대만 의료진이 팔루에서 진료를 개시했고, 프랑스 구조팀은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 구조작업에 착수하는 등 일부 비정부 단체들은 이미 구호에 착수했다. 미 국무부는 정부 재난 전문가들을 급파해 필요한 추가지원 등을 파악중이라고 밝혔으며, 우리나라도 곧 구호인력과 물자를 실은 수송기를 팔루 현지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현재까지 20여개국이 구호를 제안했으며 한국과 싱가포르, 영국, 말레이시아 등과 관련 협의가 사실상 완료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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