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 SK, 한화그룹 등 재벌기업 지주 및 대표회사들이 계열회사로 부터 받은 브랜드 수수료가 1조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LG, SK, 한화그룹 등 재벌기업 지주 및 대표회사들이 계열회사로 부터 받은 브랜드 수수료가 1조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대기업 지주회사가 상표권 수수료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받는 이른바 ‘간판값’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기업별로 자의적인 계산방식으로 수수료를 산정해 총수일가의 부당 지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천정부지 ‘이름값’, 재벌 브랜드 사용료 첫 1조 돌파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집단의 상표권 사용료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산 5조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60곳 가운데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곳은 37개 집단이었다. 이들이 425개 계열사로부터 받은 사용료는 총 1조1,376억원이었다. ‘간판값’이 1조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브랜드 사용료를 가장 많이 주고받은 대기업집단은 LG(2,743억원)였다. 그룹 지주사인 (주)LG는 LG전자, LG유플러스 등 14개의 회사로부터 2,743억원을 받았다. 금액만을 놓고 봤을 때 지난해 대비 285억원 늘어난 규모다.

다음으로 SK와 한화가 뒤를 이었다. (주)SK 외 2곳은 SK건설과 SK해운 등 59개 회사로부터 총 전년 대비 190억 증가한 1,845억원을 수취했다. 한화그룹의 최상위 지배계층인 (주)한화는 한화생명보험 등 26개 회사로부터 총 1,375억원을 지급 받았다.

이어 CJ(865억원), GS(787억원), 한국타이어(487억원), 현대자동차(370억원)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1조대로 육박한 ‘간판값’ 계산방식이 뚜렷한 기준 없이 대기업집단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많은 대기업집단이 매출액에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서 사용료를 계산했는데 이 비율이 기업마다 모두 달랐다.

지난해 가장 많은 사용료를 주고받은 LG는 ‘(매출액-광고선전비) x 0.07∼0.2%’라는 수식을 사용했다. 반면 두 번째로 많았던 SK는 ‘(매출액-광고선전비)ⅹ0.1∼0.2%’ 수식을 이용했다. 롯데는 0.15%, 한화는 최대 0.3%, 한진은 최대 0.25%, CJ는 0.4%, 코오롱은 최대 1.20%의 비율을 적용했다.

◇ 산출방식은 제각각… “총수일가 부당지원 우려”

좀더 단순한 산출 방식을 사용하는 대기업집단도 많았다. 삼성은 관련 매출액의 0.5%를, 신세계는 순 매출액의 0.15%를 수수료로 계산했다. 에쓰오일처럼 1년에 7만5,000달러를 정액으로 받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기업마다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 사용료를 산출하는 이유는 각자 사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지주사나 대표사에 과도한 수수료를 주면서 총수 일가에 부당지원을 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2016년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20개 회사 중 절반 이상(13개)이 총수 일가 지분율(상장 30% 이상, 비상장 20% 이상)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해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이 계열사로부터 받는 간판값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간판값 수취 현황, 금액 결정기준 및 상표권 소유 관계 등을 명확히 파악한 후 이를 명분으로 행해지는 부당지원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해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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