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저유소 화재사고 피의자 스리랑카인 구속영장 반려… 일각선 꼬리자르기 비난도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진행하는 중 경찰관계자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풍등과 동일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진행하는 중 경찰관계자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풍등과 동일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재 기자]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인 스리랑카인 A씨(27)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검찰이 반려했다. 수사 내용을 보강하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향후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저유소 관리자들에 대한 처벌 요구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10일 “A씨의 혐의에 대해 인과관계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에서 보완 수사 지휘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께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인근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캠프 행사에서 날아온 풍등에 불을 붙여 풍등을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풍등이 휘발유탱크 옆 잔디에 떨어지면서 불이 붙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또 불씨가 저유탱크유증환기구를 통해 들어가면서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폭발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휘발유와 저유시설 등 약 4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A씨는 2015년 5월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 월 300만원가량을 버는 현장직 노동자다. A씨는 사고 당일 저유소 뒤편의 경기도 고양시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터널 발파 작업 후 깨진 바위를 바깥으로 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지난 8일 중실화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하고 다음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향후 재판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A씨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도 아닌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가혹하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잔디에 불이 붙고 불발이 있기 전까지 18분간 대한공유관공사 측에서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 CCTV가 45대나 설치돼 있는데도 모니터링 전담 인력이 없고, 탱크 외부에 화재 감지 장치나 불씨를 막아줄 장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안전관리부재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스리랑카인 A씨의 구속철회 촉구 청원글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스리랑카인 A씨의 구속철회 촉구 청원글들.

이같은 여론이 커지면서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씨에 대한 구속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한 청원글에는 “책임지고, 구속돼야 할 사람이 스리랑카인 한 명뿐일까요? 사회적 지위나 국적을 떠나 공정한 수사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청원자는 “저유소 탱크가 잔디로 덮여있음에도 화재 감지 센서가 없고, CCTV 담당자는 폭발음이 날 때까지 불이 난 것도 몰랐다”면서 “인근 초등학교 관계자들은 저유소가 있는 걸 알면서도 풍등 행사를 하고 공무원은 이를 허가해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자 역시 “오히려 저유소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된 것”이라며 “스리랑카인에게 고마울 지경”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찰은 수사 내용을 보완한 뒤 이날 중으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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