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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리포트
[100세 시대 리포트④] 봉사·재능기부로 ‘제2인생’ 사는 노인들
2018. 10. 10 by 장민제 기자
은퇴 후 노년 인생을 봉사활동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은퇴 후 노년 인생을 봉사활동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지방에 거주 중인 72세 A씨는 최근 어린이집에 정기적으로 나간다.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하기 위함으로, 이를 위해 복지관에서 수개월간 교육도 받았다. 보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일주일에 한번 씩, 한 달에 총 네 번 동화구연을 해도 받는 월 수당은 10만원이 채 되질 않는다.

그러나 A씨는 “이전까지는 집에서 홀로 TV만 보는 시간이 많았다”며 “어린이집에 가면서 생동감이 생기고, 애들 보면 기가 팍팍 산다”고 말했다. 또 “동화구연을 위해선 공부할 것도 많아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며 “(보수는) 교통비로 생각한다. 돈을 보고 가는 게 아니다. 아이들을 보면 즐겁다”고 덧붙였다.

◇ 일하는 즐거움 원하는 노년층

고령사회 진전에 따른 문제는 금전적인 부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은퇴로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은 노인들에겐 외로움, 무기력함이 같이 찾아온다. 노인 자살 또는 고독사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는 이를 반영하는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A씨처럼 재능기부로 삶의 무료함을 달래고, 사회구성원으로 소속감, 자긍심 등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자가 일하고 싶은 사유로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58.3%로 가장 높았지만, △일하는 즐거움 △사회에 기여 △건강증진 등 때문이라는 이들도 41.7%에 달했다.

재능기부나 봉사활동 방식은 다양하다. 복지관에서 전통악기 다루는 법과 무용을 익힌 후 위문공연을 하거나, 서예 또는 한문에 밝은 어르신들은 어린이집 또는 초등학교에서 강연에 나선다. 또 인근요양병원이 ‘노인돌봄 서비스’에 대한 인력지원을 요청하면, 복지관 소속 어르신들이 나서서 도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요양병원에 봉사를 다니는 한 어르신은 “나도 늙었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돌봐줄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등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일자리 공급이 원활하진 않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열린 대한노인회 인천연합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 코치양성교육. / 대한노인회
자원봉사 등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일자리 공급이 원활하진 않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열린 대한노인회 인천연합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 코치양성교육. / 대한노인회

◇ 희망자에 비해 적은 ‘봉사활동’ 일자리

물론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봉사활동을 원하는 이들에 비해 제공되는 일자리의 양과 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봉사활동을 희망하는 65세 이상은 167만명인 반면,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약 32만명에 불과했다. 특히 쓰레기줍기 등 단순노동에 그친 봉사활동이 많고, 어르신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은 적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정부도 시니어 봉사활동 정책에 꾸준히 힘을 싣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노인일자리사업 중 공익활동에 대한 정부예산은 2007년 1,034억원에서 2016년 2,906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2014년 306억원으로 시작된 재능나눔 사업 예산도 2016년 401억원으로 상승했다.

또 어르신들의 전문성을 살린 공익사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취약계층을 상대로 집수리, 전기배선, 보일러 수리 등을 해주거나,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어르신 클럽도 생겨나는 중이다.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 관계자는 “그간 내·외부, 그리고 보건복지부 등에서 쓰레기 줍는 봉사보다 전문적이고 어르신들의 경력을 살린 봉사를 하자는 목소리와 지침이 있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자원봉사 쪽으로 증가 중이며, 현재 1,700개의 (봉사활동) 클럽에서 3만5,00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거의) ‘무보수’이기에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보람과 자긍심을 가지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우울증도 극복됐다거나 가족들도 좋아하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