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에 티 장면으로 논란에 휩싸인 (사진 좌측 위부터) OCN '플레이어' MBC '숨바꼭질'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포스터 / OCN '플레이어', MBC '숨바꼭질' '전지적 참견시점' 공식 홈페이지
옥에 티 장면으로 논란에 휩싸인 (사진 좌측 위부터)
OCN '플레이어' MBC '숨바꼭질''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포스터 / OCN '플레이어', MBC '숨바꼭질'
'전지적 참견시점' 공식 홈페이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다양한 작품들이 새롭게 막을 열어 안방극장에 볼거리가 한층 풍성해진 가운데, 옥에 티 장면들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잇따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OCN의 떠오르고 있는 신흥 강자 드라마 ‘플레이어’. 해당 드라마가 최근 갑작스럽게 일베 논란에 휩싸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사기꾼, 드라이버, 해커, 파이터 등 각 분야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뭉쳐 가진 놈들이 불법으로 모은 더러운 돈을 찾아 터는 머니 스틸 액션 드라마다. 송승헌, 정수정, 이시언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문제는 7일 전파를 탄 ‘플레이어’ 방송분 중에서 발생했다. 송승헌(강하리 역)이 최종 타깃으로 삼는 자의 사진을 응시하는 장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그 사람’이라고 쓰인 포스트잇 종이와 함께 사람의 실루엣이 담긴 사진을 본 시청자들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권력 범죄자 중 특정타깃을 노리는 장면에서 해당 사진이 사용된 점, 무엇보다 해당 사진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할 때 사용하는 사진인 점 때문에 더욱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베 논란에 휩싸인 OCN 드라마 '플레이어' / OCN '플레이어' 방송화면 캡처
일베 논란에 휩싸인 OCN 드라마 '플레이어' / OCN '플레이어' 방송화면 캡처

이번 논란에 대해 ‘플레이어’ 제작진 측은 다음 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시청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에 나섰다.

제작진 측은 “지난 7일 방송된 4회에서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그 사람’ 역의 실루엣으로 해당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후반작업에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노출하게 됐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해당 화면은 방송 후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모든 VOD 서비스를 비롯한 재방송 등에서 삭제 조치할 예정이다. 또한 엄밀히 조사해 해당 관계자가 합당한 징계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작에 더욱 신중을 가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옥에 티 장면으로 논란에 휩싸인 사례는 이뿐 만이 아니다. MBC 주말드라마 ‘숨바꼭질’도 남성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숨바꼭질’은 대한민국 유수의 화장품 기업의 상속녀와 그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만 했던 또 다른 여자에게 주어진 운명, 그리고 이를 둘러싼 욕망과 비밀을 그린 드라마다. 현재 이유리, 송창의, 엄현경 등이 열연을 선보이고 있다.

논란이 제기된 장면은 지난 9월 8일 방송분 중 이유리(민채린 역)가 남자목욕탕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신이다. 해당 장면은 이유리가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거래처 사장을 찾으러 목욕탕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목욕하던 남성들의 주요 신체 부위를 흐리게 모자이크 처리한 채 방영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남성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MBC 드라마 '숨바꼭질' / MBC '숨바꼭질' 방송화면 캡처
남성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MBC 드라마 '숨바꼭질' / MBC '숨바꼭질' 방송화면 캡처

시청자들의 비판 목소리는 즉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반영됐다. 해당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목욕탕신 보고 놀랐습니다. 몹시 불쾌합니다. 여탕에 남자가 들어가면 난리 났을텐데 같은 기준으로 제작해야하지 않는지요?” “각본상 필수적인 설정도 아니고 그런 불쾌함과 당혹감 유발하는 장면을 그대로 전파 타게 하다니” 등 불쾌감을 호소와 함께 공식적인 사과문을 요청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숨바꼭질’ 측은 9월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시청 중 불쾌감을 느낀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해당 장면은 ‘민채린’이라는 캐릭터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통념을 깨어 나가는 과정을 그리기 위한 의도로 촬영된 장면이었다.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안기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전한다. ‘숨바꼭질’ 제작진은 과한 설정이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는 더욱 예민하게 느끼고 치열하게 고민하여 균형 있는 제작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숨바꼭질’ 측의 사과문에도 해당 장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은 쉽게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과문이라기보다 변명문에 가깝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 당분간 해당 논란의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던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 / MBC '전지적 참견시점' 방송화면 캡처
세월호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던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 / MBC '전지적 참견시점' 방송화면 캡처

앞서 지난 5월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은 세월호 희화화 논란에 휩싸이며 방송계에 한 차례 큰 경각심을 일깨운 바 있다. 당시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시점’ 방송 내용 중 세월호 관련 뉴스화면이 사용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하는 한편, “본사는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또한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MBC 측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파악에 나섰고, 결국 본부장 감봉 6개월, 부장 감봉 2개월, PD 감봉 3개월, 담당 조연출 정직 1개월 등 중징계와 함께 ‘전지적 참견시점’은 8주간 결방을 면치 못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플레이어'와 '숨바꼭질' 방영 취소 게시물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플레이어'와 '숨바꼭질' 방영 취소 게시물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전지적 참견 시점’을 비롯해 ‘플레이어’와 ‘숨바꼭질’까지. 심심찮게 발견되는 옥에 티 장면들. 시청자들은 제작진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플레이어’와 ‘숨바꼭질’ 방영 취소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게재돼 청원이 진행 중인 상황.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찰나의 장면일지라도,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이 가지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또한 사회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내보낸 장면으로 인해 2차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논란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실망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제작진의 실수는 더욱 아쉽다.

물론 치열하고 빠듯한 방송가 제작현실을 고려하면 ‘완벽’을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귀여운 해프닝 정도로 웃어 넘길 수 있는 실수에는 분명 경계선이 있다. 그 경계를 넘어서면 자칫 회복불가능한 위기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옥에 티’가 공든탑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제작진의 좀더 신중하고 철저한 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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