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초청에 응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초청에 응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간 외면받아온 북한 인권, 특히 자유권 향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교황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를 주도한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의 정치적 술수에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주민이) 성경을 볼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교황의 방북을 가장 열렬히 환영하는 방법"이라며 종교의 자유권을 거론했다.

아울러 "교황을 가장 열렬히 환영하는 방법은 수많은 군중을 가두에 인위적으로 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성경 정도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구해 볼 수 있다는 발표를 하는 것"이라며 "교황의 방북은 북한 종교의 자유를 증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그럴 때만 교황이 기쁘게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거주·이전 ▲직업선택 ▲주거 ▲사생활 ▲통신▲양심 ▲언론·출판 등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북한 헌법에도 종교의 자유가 거론돼 있다. 1980년대 말 평양에는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이 문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2015년 북한종교자유 백서'에 따르면 1997~2015년 탈북자 1만183명 중 99.6%가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응답하는 등 종교의 자유권은 사실상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 문제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거론되지 않고 있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는데,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에 민감한 이슈는 뒤로 미룬 것이다.

지난 5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최근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 철폐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북한은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터무니없는 모략과 병적 거부감에 기초한 완전한 생억지이며 날강도적인 문서장들"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인권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위원장 내외가 제3차 남북정상회담 기간 마지막 날인 9월 20일 백두산 천지 방문을 마치고 삼지연 초대소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위원장 내외가 제3차 남북정상회담 기간 마지막 날인 9월 20일 백두산 천지 방문을 마치고 삼지연 초대소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반면 국제 사회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이번 교황의 방북도 북한 인권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있는 세계기독교연대(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팀장은 교황의 방북에 대해 "북한 주민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다는 조건에 북한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방북을 수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초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며 적극적인 환대의사를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설명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교황의 방북 시나리오를 '평화' 이슈와 연결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정의당도 '평화'를 강조했지만, 인권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만약 교황이 평양 방문을 수락한다면 이는 한반도 전쟁 종식과 항구적 평화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가 곧 세계 평화라는 것을 전 세계에 드러내는 일대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교황이 미국과 쿠바 양국의 국교를 정상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한반도에서 이러한 역사적 중재가 재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사실 북한이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태영호 전 영국 북한 공사가 지난 5월 내놓은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 초 소련 해체 및 세계적인 사회주의 붕괴에 따른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초청하려 했고,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의 방북은 성사되지 않았고 TF도 출범 두 달만에 해산됐다. 태 전 공사는 "이 일을 통해 노동당은 종교의 무서움을 절감했다"라며 교황 방북이 불러올 천주교 열풍을 두려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번 '교황 초청' 카드가 북한 인권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이 교황의 방북을 빌미로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인권국가, 정상국가'인 것으로 포장하고, 이를 남북이 평화공세에 이용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통탄할 일"이라며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교황 초청장'을 받기에 앞서 북한의 종교의 자유 인정과 인권상황 개선부터 촉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라도 남북 당국이 이번 교황 방북 추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북한 인권상황이 개선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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