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매도로 하락 마감한 4일 국내 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시스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매도로 하락 마감한 4일 국내 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2018년 한국 주식시장은 명확한 하락장이었다. 연초 2,480대였던 주가는 현재 2,200대 초반으로 낮아진 상태다.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유가증권시장의 36%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였다.

◇ 2018년 주식시장, 외국인 ‘팔자’ 대세

한국거래소가 8일 공개한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별 순매수 동향’에 따르면 증권시장 참가자를 구성하는 3개의 축(개인투자자‧외국인‧기관) 가운데 올해 주식을 순매수한 것은 개인투자자 뿐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1~3분기 동안 6조7,40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투자자들은 2조335억원을, 기관투자자는 5조6,36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고 외국인들이 사들였던 작년과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고, 그 뒤를 현대로템과 셀트리온이 이었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전자‧셀트리온‧현대로템 순서로 순매도 액수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판매한 종목을 개인투자자가 수집하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 투자전략의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 3가지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투자 포트폴리오는 업종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차이가 컸던 것은 전기전자 업종으로, 개인투자자가 5조원 이상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약 2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원인은 반도체 시장에 대한 국내외의 엇갈린 평가다.

반도체업계의 호황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반도체 고점론’을 제시하는 것은 대부분 해외 증권사들이다. 모건스탠리‧JP모건 등이 반도체기업 투자에 주의를 요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 국내 기업들이 해명자료를 내놓는 식이다. 자연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고점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외국인은 모건스탠리가 D램 수요악화 보고서를 발표한 7일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736만주‧420만주 순매도했다. 다만 SK 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뽑혔는데, 연초에 매수가 이어졌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남북경협에 대한 인식 차이도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의 투자전략이 달라진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올해 1~3분기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현대로템(6,717억원)‧현대엘리베이터(4,076억원)‧현대건설(3,988억원) 등 ‘남북테마주’로 뽑히는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순매수했지만 외국인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월 2일 28.06%였던 외국인의 현대로템 지분율은 9월 28일 2.43%로,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동기간 33.90%에서 23.37%로 떨어졌다.

외국인 지분 비율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기간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이들 종목의 거래량이 치솟았던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였다. 개인투자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매수에 나선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약한 매도’를 유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로 인한 자본유출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작년 12월 13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인상해 한국과 금리 수준을 맞췄으며, 올해 3월 21일(현지시각)에는 다시 0.25%p 인상을 단행해 한국의 기준금리를 완전히 추월했다. 10월 현재는 양국의 금리격차가 최대 0.75%p까지 확대된 상태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강현주 연구위원은 금리격차보다는 스왑레이트(현물환율을 기준으로 나타낸, 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에 따른 차익거래유인이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은 9월 27일 발표한 ‘한‧미 기준금리 역전현상 지속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리격차가 0.25%p 확대될 시 외국인자본이 15조원 감소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밝혔으며, 손실액 중 국내에 유입된 단기자본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유출분이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