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0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0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정감사 첫 출석 당일 시민단체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발 당했다. 2014년 포털기업 ‘다음’과 합병 당시 카카오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조작해 2조8,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는 혐의다. 시민단체는 “어떤 기업이라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지금이라도 낱낱이 파헤쳐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김범수 의장, 국감 출석 당일 ‘날벼락’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0일 오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비롯한 총 21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배임) 및 거래소에 대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에 “카카오 측은 다음과의 합병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수익가치를 부풀릴 수 있는 현금흐름할인방식을 적용하고, 유사기업이 없다는 이유로 비교주가를 산출하지도 않았다”면서 “결국 합병주가를 조작 산출해 이자할인방식의 10.74배 부풀려 총 2조8,000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방식이 가능했던 이유로 이 단체는 “다음은 카카오에 비해 주당자기자본과 주당이익이 10배 정도 크지만, 당시 대주주였던 이재웅이 보유한 주식이 14.16%에 불과하고 실질 경영주가 없이 주식이 분산돼 있었다”면서 “우회합병 시 합병비율을 카카오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면 경영권을 장악하여 거액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수익가치를 동일기준으로 평가·비교해 합병비율을 산정해야 함에도, 다음의 수익가치는 산출하지 않고, 카카오의 수익가치는 과거 론스타가 가격조작에 악용했던 현금흐름할인 방식으로 산출했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이로써 각기 다른 기준으로 산출한 주가로 합병비율을 산정해 카카오 1주당 다음주식 1.5555137주로 합병비율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합병 당시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비율은 카카오 1주당 다음주식 0.1448586주로 배정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다음을 존속법인으로 등기하면서도 회계상으로는 카카오를 존속법인으로 등기해 다음을 인수·합병하는 ‘역합병 방식’으로 회계처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경우 영업자기자본을 4,524억원에서 1조6,500억원 규모로 수정 계상해 자기자본이 튼실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14년 포털기업 다음과 합병 당시 카카오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조작해 차익을 취득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김 의장은 10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당 의혹에 대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14년 포털기업 다음과 합병 당시 카카오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조작해 차익을 취득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김 의장은 10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 김범수·카카오 “관련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서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0일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006년 설립된 카카오는 2011년까지 적자였다가 2012년 약 50억원의 세전이익(재무제표상의 이익 중에서, 법인세 등을 공제하기 전의 이익)을 기록했다”면서 “2013년에서야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했는데 2012년과 비교해 이익증가율을 산정한 것은 신뢰성이 없다.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 후 하루아침에 은행까지 접수한 거대 기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은행 특례법 문제를 검토하다가 다음카카오의 합병 당시 부분도 검토하게 됐다”면서 “물론 이런 의혹이 다음카카오 합병에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도 그렇게 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상장기업과의 합병이라는 게 관련 검토기관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사안이고, 그런 사실도 없다”면서 “근거 없이 주장만 나열한 고발이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의장은 이날 횡령 의혹 제기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횡령 의혹으로 고발당했는데 사과할 용의가 있냐”는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사익을 취하기 위해 가치를 부풀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 의혹은 그야말로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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