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클리오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판매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클리오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판매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클리오는 유럽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로, 르노삼성의 연간 판매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4월 클리오 출시를 알리며 “소형차의 교과서로 통하는 모델이자, 유럽 시장에서 10년 이상 동급 판매 1위의 자리를 지켜온 만큼 뛰어난 상품성에 대해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클리오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르노삼성 엠블럼이 아닌 르노의 ‘로장쥬(Losange)’ 엠블럼을 최초로 적용했다.

4월 51대, 5월 756대, 6월 549대, 7월 351대, 8월 360대, 9월 304대. 출시 이후 클리오가 기록한 판매실적이다. 5개월 동안 2,371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석 달 연속 300여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이마저도 깨질 위기다.

새로운 활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던 클리오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르노삼성의 판매목표 달성도 빨간불이 켜졌다. 르노삼성은 올해 내수시장 10만대를 목표로 제시했는데, 9월까지 판매실적이 6만2,343대에 그치고 있다. 여러 상황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마저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클리오는 왜 실패한 것일까.

시뇨라 사장과 르노삼성이 줄곧 강조한대로 클리오는 유럽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모델이다. 10년 넘게 동급 1위 자리를 지켜왔고, 전 세계적으로 1,400만대가 넘게 팔렸다. 유럽 감성이 담긴 디자인부터 뛰어난 성능과 각종 사양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만한 것이 딱히 없다.

수입방식으로 판매되는 소위 ‘무늬만 국산차’라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수입차나 다름없지만, 경제적 부담이 덜할 뿐 아니라 A/S 편의성도 높다.

수입방식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물량확보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을 클리오의 판매부진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 클리오는 당초 지난해 출시 예정이었으나 올해로 늦춰졌다. 이에 대해 시뇨라 사장은 물량확보를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량 준비는 충분했다는 반증이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시장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해치백이 외면 받아왔다. 국산 해치백의 대표주자 프라이드도 끝내 단종됐을 정도다. 아울러 소형차 시장의 하락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타깃층이 겹치는 소형SUV시장은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소 높은 가격대는 클리오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클리오는 디젤엔진의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는데, 각각 1,954만원과 2,278만원(이상 개별소비세 적용)의 가격이 책정됐다. 소형SUV 코나 디젤모델의 경우 2,052만원에 시작해 2,376만원까지 트림이 구성돼있다. 가격차이는 크지 않은데 배기량과 출력 등은 코나가 더 높다. 티볼리 역시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코나나 티볼리 대신 클리오를 선택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클리오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엔 기대와 우려가 상존했다.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지만, 사양길에 접어든 시장을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였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은 의연한 모습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판매실적이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다른 소형차 모델들과 비교했을 땐 준수한 편”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간다는 의미가 있고,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의 반응 또한 좋다”고 밝혔다.

해치백의 무덤에서 또 다른 희생양으로 남게 될지, 아니면 QM3가 그랬듯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입지를 다져나가게 될지 클리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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