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업의 인기 캐릭터인 '콩순이'와 손오공의 주력 인기 제품인 '터닝메카드'. / 각사
영실업의 인기 캐릭터인 '콩순이'와 손오공의 주력 인기 제품인 '터닝메카드'. /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완구업계 양대 산맥인 영실업과 손오공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영실업이 3년 만에 몸값을 두 배 이상 키우며 새 주인 찾기에 나선 반면, 라이벌 손오공은 업계 불황의 파고에 그대로 휩쓸린 모양새다.

◇ ‘또봇’, ‘콩순이’ 인기… 5,000억 몸값 된 영실업

어른들에게도 익숙한 ‘또봇’, ‘콩순이’를 생산하는 완구기업 영실업이 M&A 시장에 풀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 최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인 PAG의 품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PAG는 최근 영국계 부티크 투자은행(IB)인 BDA파트너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PAG는 보유한 영실업 지분 100%를 모두 팔 예정이다. 영실업의 매각대금은 5,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 2015년 4월 PAG가 동일한 홍콩계 사모펀드(헤드랜드캐피털)로부터 2,200억원에 영실업을 인수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영실업의 몸값은 3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이전 주인이었던 헤드랜드 역시 영실업 매각을 통해 두둑이 한 몫을 챙겼다. 헤드랜드는 지난 2012년 12월 600억원에 영실업의 지분(96.5%)을 인수한 바 있다. 3년 뒤 재매각에 나선 헤드랜드로서는 인수 금액의 3배에 이르는 차익을 챙기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번 매각에서도 영실업에 대해 몇몇 경쟁 업체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영실업이 M&A 시장에서 환대를 받고 있는 비결은 다소 침체된 업계 분위기 속에서 꾸준히 실적을 개선시키며 기업 가치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실업은 재창업 해인 2008년 이후 지난 10년간 해마다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14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히트 캐릭터인 ‘또봇’과 ‘콩순이’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1,564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 시들해진 ‘터닝메카드’, 2년 연속 적자 우려

반면 국내 완구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손오공은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한때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어린이들의 ‘머스트 해브 토이’로 꼽히던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예전만 못해지면서 곧바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해 손오공은 119억원의 영업손실과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적자 전환됐다.

두 번째 ‘메카드’ 시리즈인 공룡메카드도 터닝메카드 신화를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공룡메카드를 새롭게 선보였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손오공은 2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30억원에 이르렀던 자본총계도 2년 만에 19억원으로 감소해 재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손오공 관계자는 “올해 흑자 달성 여부는 회사가 상장사이다 보니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개가 힘들다”며 “최근 선보인 ‘요괴메카드’와 ‘팽이전사 자이로카’ 등 신규브랜드 런칭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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