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카허 카젬 사장의 모습. /뉴시스
지난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카허 카젬 사장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지엠이 카허 카젬 사장의 국감 불출석으로 또 다시 ‘먹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업이미지 및 신뢰 회복이 중요한 시점에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1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을 채택했다. 하지만 카허 카젬 사장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산업은행과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산업은행 대표자와 같은 날 공개석상에서 현안에 관한 토의가 이뤄지면 법적 절차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불출석 이유였다.

산자중기위가 카허 카젬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이유는 한국지엠이 추진 중인 R&D 법인 분리에 대해 묻기 위해서다. 한국지엠은 최근 노조와 2대주주 산업은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R&D 법인 분리를 강행하고 있다. 법인 분리의 명분은 국내 R&D센터의 경쟁력 및 위상 제고다. 한국지엠 산하 R&D센터로 머물 경우 한계가 뚜렷한데 반해,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할 경우 글로벌 연구개발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 측 시각은 전혀 다르다. 먹튀를 위한 준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의 R&D 법인 분리가 향후 철수 또는 생산 감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입장이다. 산업은행 역시 GM과 맺은 기본협약서에 없는 내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은 R&D 법인 분리 작업을 착착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일엔 이사회를 열고 R&D 법인 분리 안건을 의결했다. 산업은행 측 이사 3명이 반대했지만 GM 측 이사가 7명으로 훨씬 많았다. 이에 산업은행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카허 카젬 사장은 이러한 상황 및 가처분소송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한국지엠은 R&D 법인 분리를 둘러싼 먹튀 의혹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5월 10년간 철수하지 않겠다고 산업은행과 합의했고, 추가 투자 계획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먹튀’는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한국지엠의 R&D 법인 분리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가운데, 카허 카젬 사장의 국감 불출석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불출석사유의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불출석이 오히려 ‘먹튀’ 의혹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허 카젬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지엠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기업이미지 및 신뢰 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지엠의 내수시장 판매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국회 관계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더라도, 출석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자중기위는 종합감사가 예정된 오는 29일 카허 카젬 사장을 재차 호출한다는 입장이다. 카허 카젬 사장이 끝까지 국회의 부름을 외면할지, 아니면 당당하게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천명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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