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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이 간다
[안진걸이 간다⑦]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생 민주주의’ 구현 돼야”
2018. 10. 11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최근 '되돌아보고 쓰다'라는 책을 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민생 운동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시사위크
최근 '되돌아보고 쓰다'라는 책을 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민생 운동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시사위크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30여년간 시민운동을 하며 소회를 펴낸 책인 '되돌아보고 쓰다'. / 시사위크​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30여년간 시민운동을 하며 느낀 소회를 담은 책 '되돌아보고 쓰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여전히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지난 4월, 20년간 머물렀던 시민단체 참여연대를 떠난 뒤에도 주요 민생 이슈 현장에서 분주하게 발로 뛰는 삶을 보내고 있다.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며 사는 삶이 고단할 법도 한데, 안 소장의 얼굴에선 지친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원천이 뭘까. 최근 그가 건넨 책을 받아보고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됐다.

◇ “열심히 사는데 왜 가난할까”

안 소장은 최근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부제가 붙은 ‘되돌아보고 쓰다’란 책을 펴냈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기록부터 각종 집회와 시위에 대한 기억, 시민운동에 대한 성과와 실천 사례, 고마운 동료에 대한 기억과 소회 등을 담은 저서다. ‘민생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치열한 고민과 소신도 오롯이 담겨있다. 소시민들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는 안 소장의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이리 가난할까.“ 전라남도 화순의 한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안 소장이 어린 시절부터 품은 의문이었다. 잘 살지는 못해도 인간답게 사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 고민은 시민운동가가 된 뒤에도 계속됐다. 참여연대에서 상근자가 된 뒤에는 본격적으로 민생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 집권 세력이 시행하는 제도를 낱낱이 뜯어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석했다.
모든 시민들의 지지는 받지 못하더라도 공통적으로 절박한 사안이 있다고 봤다.
민생 살림에 시급한 것을 주장하면 시민들이 참여는 하지 않더라도 박수는 보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책 본문 중 

안 소장은 이같은 소신 아래, 광우병위험대응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반값등록금, 남양유업 갑을 문제, 재벌들의 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반대, 통신비 대폭 인하 및 공개 등 다양한 민생 이슈에 뛰어들었다.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보통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돈이 생긴다.
교육, 의료비, 통신비, 이자 비용을 줄이는 방안에 몰두했다.
시민입장에서 어렵게 번 돈이 어이없게 빠져나가면 안 되기에
교육 복지와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전월세 문제 해결, 통신료 인하 문제에 파고들었다. 

이같은 민생 운동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처럼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통신비, 이자비가 비싼 나라가 없다”며 “이 부담만 낮아져도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인들에게도 숨통을 틔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중소상인들 이슈에 대해선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대기업의 시장 침탈과 폭리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재벌과 대기업이 해마다 최저임금 시기만 되면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을 사랑하는 듯 돌변하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이들은 실제 자영업자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노동의 가치가 상승해 제 평가를 받는 것이 싫은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기업과 중소 상공인의 지급능력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자신들의 독식을 규제하는 상생 정책, 경제민주화 조처가 병행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안 소장은 슈퍼갑인 대기업이 조금만 성의있는 상생 조치를 취하면 선순환 경제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 소장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가난한 이들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또 약자에 대한 갑질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안 소장은 이같은 소망을 담아 저서를 통해 ‘시민 안진걸 개헌안’을 제안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노동 존중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종류의 갑질 폭력이 금지되며,
대한민국의 기초는 일하는 국민들과 신성한 노동이다.
이에 국가와 정부는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를 전면적·절대적으로 보장·보호해야 한다.